왜 학위논문에 이론이 필요할까?
통계적분석 등을 활용한 가설검증을 통해 학위논문을 쓰고자 하는 경우, 적당한 이론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학부, 대학원 상관없이 수많은 이론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도 학위논문을 쓰다 보면 이론에 목마르다. 도대체 학위논문 가설 검증에 왜 이론이 필요한 것일까.
어떤 대학원생이 학위논문을 위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소득이 높다’라는 가설을 검증한다고 생각해 보자. (물론 요즘 이 정도 수준의 가설로 학위논문을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 보았더니, 실제로 교육 연수가 많을 수록 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상에 불과하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현상을 하나 확인했다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이론 하나를 한 번 활용해 보도록 하자. 경제학에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자본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높여서 투입 노동 대비 더 많은 산출물을 가능하게 하는데 인간이 하나의 자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부분이 자본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바로 교육 또는 건강이다. 즉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혹은 건강할 수록 동일한 시간을 투입하여도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으로 가설이 설명 가능한가? 우선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 연수가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다는 가정이 사실이어야 하고, 소득 수준이 높은 것이 실제로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해 낸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충 이런 부분에서 설득이 된다면 학교를 오래 다닐 수록 인적자본이 축적되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대가로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라고 가설 검증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육 연수가 높아서 소득 수준이 높은 줄 알았더니 사는 지역이 소득이 높아서 일 수도 있고, 남여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가설이 검증하고자 하는 주요 변수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실제로 교육 연수가 소득 수준에 영향을 주었는지, 영향을 주었다면 얼마나 주었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론은 역인과관계의 경우를 생각할 때도 도움이 된다. 통계적으로 아무리 많은 변수를 정교하게 통제 하여도 두 변수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단정하기는 항상 무리가 따른다. 즉, A와 B의 관계를 증명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A가 원인이고 B가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즉, B가 A의 원인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인적자본이론에서는 소득이 높으면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 역인과관계는 성립하기가 어렵다. 생산성이 높아지니 인적자본이 증가하더라 하는 설명이 쉽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양적 연구에서 가설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이 필요하지만, 사실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양적으로 검증한다고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라는 과정을 개념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론이라는 것도 결국 여러 가설 검증을 통해 그 설명력이 강화되고 복잡한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이런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이론이 가설 검증의 결과를 잘 설명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