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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어피스 Sep 01. 2021

요가지도자과정을 결심했다.

커리어 전환 결심부터 요가원 결정까지




결심할 때 모든 것이 결정된다.

운동보단 책상 앞이 더 친숙한 내가 요가 지도자과정을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도자과정 검색만 수개월을 했지만 마음을 굳히지 못하고 갈팡질팡 굴레에서 떠다닌지 오래. 젊지 않은 나이, 자취생의 현실적인 상황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럼에도 요가를 제대로 배우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커져갔다. 언젠가 해야지라고 미룰 바에 지금 하자는 결심은 번개처럼 내리쳤다. '왜 그때 도전하지 못했을까?' 2021년을 마무리하며 후회하고 있을 모습이 떠올려졌다. 정신이 번쩍 들어 결심을 하고 나니 결정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1. 지도자과정을 결심한 이유



온 세상을 마비시킨 바이러스. 자의가 아닌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본의 아니게 일을 쉬고 있는 동안 가장 괴로웠던 것은 멈춰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와 정부의 규제로 인하여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았다.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일하느라 따지 못했던 자격증을 땄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려고 학원도 다녔다. 어학자격증을 갱신하고 제2 외국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얻는 사람이고, 커리어적 성장과 자기효능감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집에만 박혀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니 무기력감에 뒤덮여 온몸이 부서져내릴  같았다. 그러다  퀴즈   블록에 연하신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 님의 '우물  개구리' 이야기를 듣고 소리 내어 울었다. 우물 안이 싫어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개구리도 결코 행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물 안에서도 스스로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되는 문제다. 그래서 차선과 포기가 익숙했던 지나온 삶은 지나온 대로 묻어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도전할  있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기로 다짐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의미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번 여름 길에서 마주한 능소화, 어제는 실패했지만 오늘은 성공한 물구나무 서기와 같이 세상 만물에는 인연이 있고 그 인연에는 다 때가 있음을 의미한다. 2년 가까이 요가 수련을 하던 내가 지도자과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고, 하루 종일 앉아서 기획안 작성하는 일이 익숙한 내가 요가 지도자로서 살아보는 것을 결심하게 되고.


요가와 나의 인연이 더 단단하게 맺어지는 시절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때 그랬으면 좋았을걸' '이때 이랬어야 했는데' 라는 과거의 가정 보다 스스로 '잘 하고 있어'라고 확신을 느끼는 지금이 요가와 내가 맺어질 수 밖에 없는 시절인연이지 않을까?






2. 지도자과정 요가원 고르기



요가지도자과정 평균 비용은 300-500만원이기에 나는 400만원 예산을 잡았다. 300만원보다 더 저렴한 비용에 교육을 진행하는 요가원도 물론 있다. 나의 경우 요가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과정을 선택했기 때문에 비용을 떠나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많고 많은 선택지 중 아래 세 가지를 충족하고 또 정을 붙이며 다닐 수 있는 요가원을 고르기 위해 열심히 찾아보았다. 최종 세 곳으로 추려졌다.



1) 국제요가지도자과정 RYT200 발행이 가능한 곳
2) 소규모로 선생님 피드백을 받기 좋은 곳
3) 집에서 가까운 곳




1) 국제요가지도자과정 RYT200 발급이 가능한 곳


요가지도자과정 수료증은 대부분 민간센터나 사단법인에서 발행이 되며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공신력는 기관에서 발행되어 해외에서도 인정될 수 있는 수료증을 원했다. RYT200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Yoga Alliance에서 발행되는 수료증이다. RYT(Registered Yoga Teacher) 200에서 200은 수련시간을 의미한다. 200, 300, 500 이 있고 처음 지도자과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200을 선택한다.



https://www.yogaalliance.org


Yoga Alliance 사이트에서 RYT를 취급하는 기관인 RYS(Registered Yoga School)를 조회할 수 있다. 자신이 희망하는 지역을 선택하여 조회하고, 등록된 기관을 하나씩 비교하여 본인에게 적합한 기관을 고르면 된다.


한국에 RYS로 등록된 기관이 생각보다 적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고르더라도 30분은 소요되었다. 그래서 이동거리는 1시간 내외인 곳으로 추리고 그 중에서 1)과 2)를 충족하고, 가장 마지막에 거리를 따지기로 했다.



2) 소규모로 선생님 피드백을 받기 좋은 곳


지도자과정은 보통 주말에 수업이 있어서 규모가 작은 요가원은 1년에 평균 두 번, 규모가 커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은 1년에 4-5번까지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이름이 알려진 곳은 정원이 빨리 차기도 하고 더 큰 문제는 수강 정원이 많다. 최종 세 군데 중 한 곳은 정원이 24명인데 워낙 요가로 유명한 곳이라 과정마다 정원이 거의 찬다고 하셨다. 분위기나 위치가 마음에 들긴 했지만 24명이란 소리를 듣고 과감하게 후보에서 제외했다.


몸 구석구석 살피며 동작을 더 세심하게,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싶어서 선택한 만큼 배우는 단계에서 강사님과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배워야 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훗날 요가를 가르치는 위치에서도 강사를 믿고 따르는 수강생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요가원에서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집에서 가까운 곳


RYT200을 취급하는 서울의 요가원은 보통 홍대, 용산, 강남 쪽에 몰려있다. 현재 머무는 곳 기준 강남이 가장 가깝긴 하지만 20-30분 차이가 나더라도 더 끌리는 곳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요가원을 고를 때 집과 가까운 곳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서 고민을 했지만, 나는 가까워도 정이 안 가면 아예 가지 않는 사람이라.. 스스로 잘 알기에 위치 문제에서는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종 후보로 A와 B가 남았다.


A

-장점: 상대적 편리한 위치, 수강생 후기 좋음, 과정 중 무료수강 가능 및 플라잉요가 수업 있음

-아쉬운 점: 이번이 2번째 지도자과정이라 강사님의 요가숙련도 문제를 떠나 전체 지도자과정 수업 진행 자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 어려움.

--> 통화로 상담을 했는데 아쉽게도 정원 10명이 모두 찼다고 하여 제외시켜야 했다.



B

-장점: 5-6명 정도 소규모인원, 수강생 후기 좋음, 테라피 등 다양한 교육 제공, 과정 동안 무료수강 가능

-아쉬운 점: 최종 세후보중 가장 먼 위치와 요가원의 공간이 작다는 점. 정말 딱 요가 수련하는 곳과 탈의실이 끝이라 숨을 돌릴 곳이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없음.

--> 1일 체험권을 등록하여 수업을 들으러 가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그 아쉬운 점이 사라져버렸다.



최종 선택은 B 요가원.

수업에서 느꼈던 에너지가 마음에 들었다. 수강생 하나하나 핸즈온 신경써준다는 후기가 많아서 알고 있었지만 기존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잘 받아보지 못 했던 터라 반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문제를 알고 더 성장할 수 있음에 확신이 들었다. 수업 중 이렇게 땀을 흘리며 온 몸이 시원해지는 요가를 해본 게 오랜만이라 더 들뜬 감정이 있기도 하고! 수업이 끝나고 원장님과 상담을 했고,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을 정확히 짚어주셨다. 앞으로 꾸준히, 오래오래 수련해보자고 하셨다.








3. 과정 후, 요가와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



요가와 함께 라이프스타일을 갖는 것.

지도자과정을 들었으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기준을 만들기 싫다. 커리어적 목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는 요가 지도자로써 마음가짐과 능력을 다지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인도’는 기획안을 써서 결재가 떨어지면 비용을 지불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대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치유하고 스스로와 더 가까워지는 풍요로운 요가를 하고 싶고 또 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요가와 하나가 되듯, 삶 전반에서 요가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도자과정 동안 최선을 다해서 요가를 즐기고 싶다.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한 욕심은 접어두고.


하루 아침에 식습관을 바꿀 수 없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근육도,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도 포토샵처럼 쉽게 늘릴 수 없다.


그저 요가와 나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 속에서 꾸준히 수련하며 즐기는 것. 그 과정에서 심어놓은 씨앗들이 다양한 빛으로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내가 멈추지 않는 이상 요가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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