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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gzzi Feb 14. 2019

크론병 투병기(1): 13살, 희귀병 진단을 받게 되다

제가 횽찌북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하고 싶은 것 - 그 첫 번째 내용은, 제가 처음으로 희귀병을 진단받고 이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절의 이야기예요.

미리 조금 말씀드려보자면, 저는 13살의 나이에 희귀성 난치병인 크론병을 진단받고 23살인 현재까지 약 10년간 투병을 하고 있습니다.
무척 감사하게도, 크론병의 활성기(병이 급격히 악화되는 시기)는 지나 보내고 그다지 나쁘지 않은 건강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병에 처음 걸렸을 때, 제게 기대하던 수많은 이들이 제게서 기대의 눈빛을 저버리는 것을 보고 저는 무척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건강해져서, 어떻게든 보란 듯이 이루어내서, 꼭 성취해내서, 내가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요.

병을 이겨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해서,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 희귀병을 앓아온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꼭 도와주자고 -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마음에, 이 심리 그림 에세이의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다가 병이 생긴 것인지에 관한 오늘의 업로드 내용은 -
마냥 가볍지 않고,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저의 치부(발병원인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을 드러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것이 더 이상 저의 치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제 마음은 가벼워졌고 제 눈이 뜨이는 것 같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아픔을 드러낼 줄 안다는 것은, 그 아픔이 치유되는 것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이제는 깨달은 것 같아요 :-)

제가 저의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아픔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차마 드러내지 못한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도 저의 진심과 위로가 가서 닿을 수만 있다면 - 저는 그것으로 저의 글과 그림이 제 몫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저의 제대로 된 첫 연재, 여기에서 시작해볼게요! :-)



13살 겨울, 저는 어느 날부터 배 한쪽이 사르르 아파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통증이 꽤나 오래 지속되었지만, 괜히 아프다고 해서 병원을 가기는 싫다는 생각에 병원 가기를 미루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음식을 먹고 나면 1시간 안에 화장실로 달려가서 대변을 보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변을 참을 수가 없었고, 변의 상태도 평소와는 무척 달랐습니다. 점액이 묻어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당시는, 제가 치루 수술을 받고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치루 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회복이 되어야 하는데, 항문 상태가 이상하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더 이상은 병원에 가기를 미룰 수가 없어서, 어머니와 함께 2차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병원에 방문해서 대장내시경을 받고, 검사 결과를 통해 상담을 하기 위해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뵈었는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이 병원에서 치료할 수준이 아닙니다. 더 큰 병원으로 가시죠. 소견서 써드리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13살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 결과를 설명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정말이지, 무섭기 짝이 없었고, 저는 제가 암이나 백혈병과 같이 정말로 무서운 병이라고 들었던 - 그런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운 마음을 가득 안고, 결국 3차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병원은 처음이었던 지라, 많이도 무서웠지만, 당장에 해야 할 검사가 많았기에 마냥 두려워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대장내시경을 또 했습니다. 4리터 정도 되는 장을 비우는 약물을 마시고, 무척이나 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맨 정신으로는 마시기 힘든 약이었기에, 코를 막고 억지로 억지로 약을 먹으며 장을 비워냈습니다.
10년 전의 일이기에 지금은 기억이 조금 흐릿해졌지만, 천장에서 기계가 내려와 저의 복부를 꾹꾹 누르는 검사도 받았습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정말 많이 무서웠습니다.
어린 제가 혼자 경험하기에는 모두 힘들고 두려운 것들이었죠.

아주 많이, 정말 많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결과 - 저의 병명은 크론병이었습니다. 크론병은 희귀성 난치병으로, 소화기 전체에 걸쳐서 궤양이 생기는 병이었습니다.
저는 유독 소장과 대장 부위에 궤양이 많았고, 그리고 병의 상태가 다른 환자들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저의 장 곳곳이 피와 고름으로 범벅된 상태였습니다.

무서움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시작되었고 -
저는 그렇게 제 인생 첫 희귀병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분노스럽던 나날이 시작되었습니다.
13살 겨울에 진단을 받았으니 머지않아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14살 첫 봄에, 한 달가량을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치료를 목적으로 매일 집에서 누워 지냈고, 한 달 간은 제대로 된 음식조차 먹지 못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나마 먹는 것으로 풀던 저였음에도,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니 음식 대신 영양식(아주 고약한 향이 나는 꾸덕한 식감의 액체)을 한 달 동안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주기적으로 병원에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맞으러 방문했습니다.

한참 친구들과 놀고 싶은 나이에, 한참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던 시기에, 희귀병이라니요.
매일매일 집에서 음식도 못 먹는 채로 그렇게 누워서 지내야 한다니요.

저의 나날은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대체 왜 병에 걸린 것인지를요. 의사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크론병 발병원인의 70프로 정도가 스트레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스트레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아주 명확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즈음, 지금 사는 동네의 한 초등학교 이사를 왔고, 그 당시의 저는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따돌림을 당하던 중에도 제 곁을 지켜준 친구들이 있었지만, 제가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고개를 들어 그 무리를 바라보면, 이미 나를 향해 쏘아보는 눈빛으로 제 욕을 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따돌림을 당하던 와중에도, 그나마 있던 친구와의 사이에서 이간질을 시키기 위해 제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억울하고 서러웠지만, 감사하게도 꿋꿋이 그 시절을 버티고 이겨낸 저였습니다.

2-3개월 끝에 따돌림이 멎어 들고, 저는 제게 상처를 준 아이와 억지로 친구로 지내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따돌림을 당할 바에는 내가 저 사람을 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버티려 노력했고, 과거의 제 자신은 죽어야 한다며 제가 제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과거의 너는 죽어야 한다고요.

그 당시의 저와 제 어머니의 나날들은 거의 눈물로 채워졌습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 보낸 이후, 저는 종종 분노 발작을 하곤 했고, 강박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아주 무너져버리고 만, 가장 불안한 한 사람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따돌림도 억울하고 그 이후 망가진 제 모습도 억울한데, 이제는 병까지 찾아오다니요.

제가 무슨 잘못을 하였길래 제 인생이 그리 되어가는 것인지, 저는 참으로 억울했습니다.

저를 괴롭힌 아이들은 잘만 살고 있다던데, 벌써 중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누구는 유학도 갔다던데,

나는 왜 이렇게 비참하게, 병원 속에서 혹은 병원 밖에서라도 그저 집 안에서 치료만 하며 지내야 하는지, 세상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나 자신은 이렇게 살다가 그냥 잊혀버리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큰 두려움과 불안감의 연속만 가득하던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저의 크론병 투병기 1편은 이렇게 마무리해보고자 합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마냥 가볍지 않은, 정말이지 꽤나 아프고 무거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적은 이야기에서 - 저의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버텨내서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버티고 이겨내는 과정이, 따돌림을 이겨내던 시절처럼 - 나 자신은 죽어야 한다는 등의 자기 파괴적인 방식이 아니라

제가 제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할 줄 알게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러분들께, 저의 다음 이야기를 꼭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용기 내어 들려드릴 수 있도록, 저의 이야기를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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