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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Mar 17. 2019

헬싱키 반따 공항 창밖으로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며

핀란드 유학길에 오른 첫 날

더위가 절정에 이르던 2011년 8월 중순 무렵.    

 

후텁지근한 한국의 여름 공기와 달리 헬싱키 반따(Vantaa) 공항에 처음 내리자마자 다가온 서늘한 기운. 국제 공항이니 대기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뚜르꾸(Turku)행 비행기 탑승 시간을 너무 늦게 잡았더니 반따 공항에서 네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길게 늘어선 줄에서 시간이 촉박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과는 달리 반따 공항은 너무도 한산했다. 아직 핀란드 땅을 직접 밟지는 않았지만 대기실 창 밖 너머 자작나무 숲을 보며 여기가 핀란드라는 걸 실감한다. 태블릿 PC에 핀란드에 가면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을 들여다본다.     

서늘함이 진해져 추위마저 느껴질 무렵, 드디어 작은 뚜르꾸행 비행기를 타고 삼십여분 간 비행 후 뚜르꾸에 도착했다. 내 허리 높이가 넘는 커다란 짐가방 두 개를 낑낑대며 밀고 나가니 내 이름이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나의 튜터 얀, 그리고 그의 부인 니나가 보인다. 니나가 튜터인 독일인 교환학생 마르쿠스도 함께. 나 때문에 공항에서 기다렸을 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밤 열 시가 다 된 시간인데 바깥은 아직도 환하다. 얀은 내 아파트 열쇠도 학생 아파트 사무실에서 미리 받아왔다. 작은 차에 큰 짐가방들과 사람 넷을 태우고 아파트로 향한다. 다행히 그 독일인 교환학생과 내가 살 아파트는 서로 길 건너편에 가까이 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의 첫 아파트 - 2층이 내가 살던 집

  

가는 길에 늦게까지 문을 연 수퍼마켓 (Siwa)에 들러 간단히 먹을 것-치즈가 들어간 빵과 우유-을 좀 샀다. 아파트 안내 지도를 보고 찾아간 집은 2층 아파트의 2층. 나 말고도 두 사람과 부엌과 욕실을 공유하는 아파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 대문 열쇠와 방문 열쇠가 같다. 그러면서도 물론 다른 사람의 방문과는 맞지 않는 신기한 열쇠-Abloy-이다.) 책상과 옷장, 책장, 침대가 보인다. 처음부터 가구가 있는(furnished apartment) 아파트를 신청했었는데, 침대가... 매트리스가 없는 나무 침대틀 밖에 없다. 침대라고 해서 당연히 매트리스가 깔려 있는 침대를 상상했었는데.. 이 밤중에 (그러나 환한) 어디서 매트리스를 구하겠는가. 한국에서 가져온 커다란 타월을 깔고 겉옷을 꺼내 덮고 잠이 든다. 핀란드에서의 첫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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