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
티켓 예매 서비스에서 일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티켓 오픈을 봤습니다.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공연도 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팔리는 공연도 있고, 저러다 공연 취소하지 않겠지? 싶은 안타까운 좌석점유율도 더러 있었어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는 티켓 오픈을 할 때마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오늘의 이 예매 오픈을 위해서 내 업무가 반영되었고, 그 상품이 드디어 관객을 만난다는 짜릿함 때문에요.
예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설레고 떨릴까?
매진되어서 표를 못 잡는 사람들의
좌절감은 또 어쩔지.
그 심경을 너무 잘 알아서 그랬던 거겠죠. 왜냐면 저도 샤이니 콘서트 티켓팅 할 때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본 사람이니까... 취소표 주우려고 새벽에 일어나고... 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매번 기분 좋게 떨릴 수가 있나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티켓 오픈을 보면 이 설렘도 무뎌지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티켓 오픈 때마다 이상하게 행복했어요. 오늘 하루 이것만을 기다린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원하던 자리를 구했다면 지금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 나는 이 회사에 고용되어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사람을 행복하게 했고, 오늘을 좋은 하루로 기억되게 하는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누군가의 좋은 하루를 만드는 일을 하는구나. 여기서 오는 성취감이 다른 어려움을 모두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랜선으로도 그 마음들이 충분히 전해지는데 현장에 가면 배가 되었습니다. 제작투자를 맡았던 연극의 국내 초연 날이었어요. 유독 신인 배우 캐스팅이 많아 기대도 우려도 많았던 공연이 끝나자 극장 밖은 예상 밖의 인파로 북적였어요. 방금 데뷔한 신인 배우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한 관객분들이 가득했습니다. 얼떨떨하게 사인을 하는 배우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그들에게 관람평을 전하는 관객들도 다들 오늘을 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그걸 보는 게 좋았어요.
다시 한번 내가 타인의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고요. 돌이켜 보면 처음으로 마케팅을 했던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공들여 어렵게 론칭한 독점 신작 공개 날,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을 반가워하는 팬분들의 댓글을 보는 게 참 기뻤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내가 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할 때일 수도 있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호평받을 때 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좋은 하루를 만들어 주는 일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일이 재밌고 신났어요. 좋은 하루 만들기 장인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일하는 마음을 더 자주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일을 찾으러 가야겠어요. 없다면 만들어서 해 볼거예요.
⌜ 아무도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내 배려를 아무도 몰라줄 때. 서러운 감정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도 그대로 느껴보세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알아줄 수 있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하루를 만들어 보세요. 짙은 초록색 숲 속에 비치는 한 줄기 햇빛처럼, 반드시 점점 나아질 겁니다. ⌟
- [오늘의 컬러 명상 #6. 배려하는 초록] 중에서
⌜ 이 뉴스레터를 읽으며 지금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해 보세요.
완벽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서 딱딱하게 굳어진 어깨와 뒷목이, 숨을 내쉬면서 조금은 말랑말랑해진다고 생각해보면서요! ⌟
- [오늘의 컬러 명상 #3. 유연한 노랑] 중에서
요즘 뉴스레터를 쓸 때 그런 마음을 느껴요. 이 메일을 누군가 출근길에 열어봐서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가끔 뉴스레터 구독하는 친구들이 좋았다고 DM을 보내주면 그걸로 제 하루가 또 좋아져요. 누군가의 좋은 하루를 만드는 일은 결국 저 좋자고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