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왜 이렇게 눈부셔야만 할까
우리는 왜 진실보다 ‘좋아 보이는 것’을 더 선호할까.
영화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을 보고 돌아오는 길, 밤공기 속에서 이 질문이 오래 머물렀다.
글린다는 언제나 빛 속에 있다.
아름다운 얼굴, 완벽한 약혼자, 상냥한 말과 우아한 몸짓들.
사람들이 바라보는 ‘행복의 모양’을
그녀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수행한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역할일 뿐이라는 것을.
자신이 꾸민 화려한 감옥,
벚꽃과 조명으로 슬픔을 가려놓은 무대 같은 것임을.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세상을 선과 악, 옳음과 틀림으로 단순화하려 한다.
그래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주는 악녀를 필요로 하고,
행복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불행이 지정되어야 한다.
글린다는 그 눈부신 포장지가 되어
진실을 가리는 화려한 벽을 스스로 맡는다.
반면, 엘파바는 그 벽 바깥에서 달린다.
옳음을 증명하고 싶어서,
세상이 틀렸다고 외치고 싶어서.
‘진실’이라는 단어를 믿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미움을 감내하며 달린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배제되지 않는 집"
누구도 버려지지 않고,
서로가 조화롭게 속할 수 있는 세계.
그걸 위해 그녀는 고통을 견딘다.
둘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실은 닮았다.
행복을 연기하는 사람과
불행을 감수하는 사람.
둘 다 타인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지점에 도달한다.
선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포기,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강박의 내려놓음.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Sure,
I meant well, but look at what well-meant did.
I promise no good deed will ever be done by me again.”
“선의는 결국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야. 좋은 의도였지만, 그 의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봐.
이제 맹세코, 다시는 선을 행하지 않겠어.”
— 위키드 포 굿 <No Good Deed>
심리학자들은 이를
‘외적 기준에서 내적 기준으로의 이동’이라 부르지만,
나는 이것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빛을 등지고서야
비로소 빛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그 포기 안에서
두 사람은 자신이 진짜 원했던 것을 얻게 된다.
엘파바는 조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바톤을 넘겨주고,
글린다는 더 좋은 사람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바톤을 기꺼이 받는다.
물리학에서 원자 하나는 의미가 없지만
원자들이 모이면 흐름이 만들어진다.
글린다 혼자서는 의미가 없었고,
엘파바 혼자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둘이 연결되는 순간
움직임이 생기고 변화가 일어난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서로의 세계를 흔들어
고정된 줄 알았던 삶을 변화시키는 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는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하지만 너를 알았기에, 나는 영원히 달라졌어
너로 인해 내가 완전히 달라졌어"
"Who can say if I've been changed for the better? But because I knew you,I have been changed for good.”
— 위키드 포 굿 <For Good>
위키드 포 굿은 말한다.
선과 악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것이라고.
행복과 불행 역시
반대편에 놓인 두 축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복잡한 결 속에 진실이 있다고.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삶이란,
관계 속에서 내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관계 속에서 나는 이미 변화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 변화가 만든 나의 삶을 묵묵하게 살아 나가는 것이라고.
선도 악도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라
‘내가 옳음을 증명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다른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옳음의 이면에는
언제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그 인정의 뿌리에는
오래된 불안의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을 내려놓는 순간,
두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
그리고 나 역시 묻게 된다.
나는 지금,
타인의 시선이라는 벚꽃으로
어떤 감옥을 스스로 꾸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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