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발견되는 것

by 지금 여기

오늘의 감사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것.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출근했다는 것.
아침 공기에서 수분 섞인 향기가 난다는 것.

그것으로 오늘의 아침은
충분히 따뜻해졌다.


사소해지는 것들

감사일기를 쓰면서 좋은 것은
감사의 이유가 갈수록 사소해진다는 점이다.


어느 날은 햇빛의 색이 맑아서.
어느 날은 좋은 사람들과 웃을 수 있었던 30초의 여유 때문에.
그리고 어느 날은
그냥 살아 있음에.


감사는 내 삶의 반짝이는 조각을 찾아
함께 나누는 일이다.


하지만 감사가 늘 가벼운 말은 아니었다.
어떤 날의 ‘감사해야지’는
내 마음을 다독이기보다
다그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감사가 ‘의무’가 되지 않도록,
애써 만들어내기보다
느껴지는 순간들을 더 자주 붙잡아 보기로 했다.


발견하는 것들

다행히도 감사는
돈이나 성취처럼
내가 노력해서 획득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감사는 이미 내 삶에 존재하는 것들을
발견하는 감정에 더 가깝다.


모래알 속에 콕콕 박힌 수많은 조개껍질처럼.
그 조각들은 늘 거기 있었지만,
내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뻗어
하나를 집어 들 때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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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조개껍질이 해변에 널려 있어도
발견되지 못한 조각은
내 손바닥 위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듯이.


Weiner(1985)는 감사 정서가
두 가지 인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첫째,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음을 인지하는 단계.
둘째, 그 결과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외부에서 기인했음을 인지하는 단계.


생각해보면 조개껍질도 그렇다.
나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찾아냈고’,
그 조개를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발견한 선물’임을 알아차리는 순간에
진짜 감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McCullough 등(2001)은
감사를 ‘도덕 정서(moral affect)’로 정리했다.
감사는 마음속에서 끝나지 않고,
보답과 친사회적 행동을 촉발하는 동기(moral motive)가 되며,
표현될 때는 상대의 선의를 강화하는 힘(moral reinforcer)으로도 작동한다고.


시선의 변화

그의 말처럼,
감사는 유난히 쉽게 행동으로 번역되는 정서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행복하면 콧노래를 부르지만,
우리는 감사하면 ‘감사를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마음을 표현하며
받은 선의에 기꺼이 보답하려 한다.


감정 자체가
이미 행동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모든 정서가 그렇듯,
감사도 되먹임으로 강화된다.


불안한 생각을 오래 붙잡으면
더 불안해지듯이,
감사를 계속 표현하다 보면
정말로 감사한 것들이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사를 위해 무언가를 더 얻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감사는 ‘더 가지는’ 성취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알아보는’ 발견이니까.


두 눈을 조금 더 밝게 뜨고
내 주변에 널려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


찾아내다 보면
더 아름다운 색의 조개껍질도 발견하게 되고,
간혹 진주 같은 순간을 주워 들며
환호하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모래는 끝이 없고,
조각은 늘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을.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내 시선이다.


감사는 그렇게
또 다른 감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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