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고 싶어하는 욕구에 관하여.

by perezoso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 패티 스미스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의 오래된 욕구에 관하여.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문학은 자연스럽게 내 관심사가 되었다. 이 세계는 사실 무궁무진하므로 나는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를 때마다 조금씩 바꿔가며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다. 더 열정적이었던 때도 있었고, 비교적 시들할 때도 있었지만 아예 이 세계를 떠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충실한 독자로서 책을 즐기며 재능 있는 이들의 결과물을 흡수하고 지내면 아무 탈이 없겠는데, 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 걸까? 정확히 언제부터?


톨스토이의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안나가 블론스키를 만나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후 읽고 있던 책에 싫증을 내는 장면이다. 남의 삶을 따라가는 일에 불쾌감이 들었다는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내용에 이상하게 공감이 갔다. 독서의 이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창조해낸 세계를 따라가는, 수동적 역할을 주로 맡게 된다는 점을 아예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훌륭하지 못하고 미숙하더라도 내가 직접, 내 마음과 욕구와 생각과 상상에 대해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이런 것들과 연관되는 것 같다. 해결되거나 잊혀지지 않는 어떤 일들, 갈등과 괴로움, 이해되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 혹은 좌절된 소망 같은 것들...

내가 복잡하고 예민한 인간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살아가다보면 이런 것들이 계속 쌓여간다. 잘 해소되지도 않는다. 그냥 묻어둔다거나 한 쪽으로 치워두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과 이에 대해 나누거나 깊이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어릴 땐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다 나눌 수 있는 관계여야만 가깝고 친한 관계라고 굳게 믿었었지만 이제 보니 그건 좀 순진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실은 중요한 것이지만 의식에서 밀려난 것들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이다. 그걸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것이 내 욕구와 깊이 닿아있는 일이다.


그런데 쓰는 일은 도무지 읽는 일처럼 쉽지가 않다. 내 욕구라고 하면서도 자꾸 저항이 걸리고, 미루거나 피하게 된다는 이상한 특질이 있다. 뭘 쓰고 싶은지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헷갈린다. 막연하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글을 쓰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고 시도를 하다가, 미궁에 빠지거나 흐지부지되고, 자기-의심과 회의가 깊어져 포기하고 멀어졌다가 다시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런 시간들이 지금까지 여러 번 반복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어딘가에 응모를 하거나 글을 보내본 적이 있었고, 그 결과를 보면 내게 글쓰기에 대한 훌륭한 재능이 있는 건 그닥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글을 쓰고 싶다는 이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헛짓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끝맺음을 하고 완결된 형태를 만들어보는 게 이번 백수 기간에 있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대단한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최선인, 나다운 글을 포기하지 않고 써볼 생각이다.

거듭 느끼는 것이지만 '욕구'란 것은 사람을 살아있게 하기도 하지만 괴롭게 하는 주 원인이다. 왜 내게 이런 욕구가 괜히 생겨서는...ㅠㅠ


제대로 존재하고 싶다는 바램, 살면서 겪고 느끼는 것들을 그냥 스쳐보내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나를 자꾸 '글쓰기'라는 행위로 돌아오게 한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말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조금씩, 할 수 있는 정도로 지속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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