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생각들
1.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차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라고 했다. 매주 글을 쓰는 것을 올해 목표로 했지만 역시나 잘 지켜지고 있지 못하다. 꾸준히 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중..
1) 글로는 생각과 영감들을 남긴다. 읽은 책들을 필사하는 시간들도 꼭 갖고 있는데, 둘 다 각자의 의미가 있다. 썼던 글을 웬만해서는 다시 읽지 않지만, 첫 문장만 보더라도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되새길 수 있다. 잊었던 다짐이나 인사이트 등도 리마인드 하기 좋다.
2) 사진과 영상이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쉽고 효율적일 것이다. 바야흐로 영상 기록이 가장 쉬운 시대이며, 심지어 그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나도 그 시류에 늦게나마 편승해 본다.
계획하고 있는 아이나, 아내와의 추억들을 소장하기 위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마침 사촌 조카가 영상 편집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 조카에게 용돈도 주고, 나도 퀄리티 좋은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혼자 있을 때 카메라를 설치하고 찍는 건 아직 어색하지만.. 금방 적응될 것. 마이크도 준비할 예정이다.
2. 성경에서는 '돈과 영(靈)은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했으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추구하는' 모습은 이제 이 시대의 흔한 풍경이 됐다. 영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돈을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상한 동시에 속물적인, 이 분열적인 모습을 통합하려면, '돈의 길을 제대로 아는 수밖에.
증권사에 일하면서도 잘 모르는 분야들이 넘쳐난다. 개인 투자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만사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 몸 담고 있는 Private Market은 시시각각 변한다. 처음 보는 전략이나 자산군들 역시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금융 공부, 투자 공부는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게 당연한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에도 마음의 벽을 낮출 필요가 있겠다. 지금까지의 거부감은 서서히 내려놓아야 한다.
3. 작년 연말 바터팽대부암 수술 이후 항암을 하시던 아버지는,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항암을 멈췄다. 20kg 가까이 빠져버린 몸무게만큼 마음의 강인함과 기력도 같이 빠지셨으리라. 3주 쉬고 일주일 맞는 한 달 사이클의 항암은 세 번 만에 아버지의 의지를 무너뜨렸다.
더 이상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 항암의 틈을 타, 암세포는 자리를 옮겼다. 더 넓고 연한 조직의 간으로 침범했다. 아버지는 전화로 덤덤하게 전이의 소식을 알렸다. 정기적인 검진에서 보인 조그마한 검은 점들은 아버지의 직감을 건드렸다.
항암의 지속 여부는 아버지 당신 인생의 주인이자 육신의 주체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안다. 자식들의 마음은 당연히 오래 곁에 있으셨으면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전이 진단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항암치료의 진행을 망설였다. 죽은 것처럼 하루하루 더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형과 나, 형수와 아내의 설득으로 기본적인 항암은 시작하기로 하셨다. S병원에서 제안한 '면역항암'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한 번 주사에 600만 원, 한 달 내 3회, 일 년을 맞는 방식이었다. 한 달에 1,800만 원의 치료방법인데 그것도 10명 중 1명 정도 효과가 있다는 안내였고, 아버지는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으신 것이다. 그러다가 '양성자치료'로 선회했다. 온몸에 항암을 하는 게 아니라, 암세포가 있는 국소지역을 타깃 하여 공격하는 치료방법이라고 쉽게 설명했다. 헌데, 그 치료도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양성자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위한 검사를 이어나간다.
지난 주말, 아내와 같이 본가로 가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헤어지는 아버지 손을 잡고 마음 굳게 드시라고 했다. 온 가족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긴 여정이 되겠지. 얼마나 길어질지는 상관없다. 결과만 확실하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아버지는 아직 작은 아들의 손주를 안아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