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1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학창 시절에 봤던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광고 카피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의 공세에 자리를 잃어가던
프로스펙스가 애국주의의 힘을 빌려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한창 잘 나가던 웰콤의 바로 그 광고 캠페인.
이 캠페인은 카피의 임팩트로는 성공으로 기억되지만,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상을 읽어내지 못한 흉작과도 같은 캠페인으로도 기억되는,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아로새겨진 기묘한 광고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정복’이라는 단어는 30년을 돌고 돌아,
2023년의 나를 사로잡고 있는 키워드가 되었다.
#2
정복의 사전적 의미 중 세 번째
‘자기의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
익명앱에서 요즘 심심치 않게,
그룹사 구조조정의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 황량한 느낌이 정복당한다는 것일 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도하며 동태를 살피는 것뿐이니 말이다.
내가 아닌,
회사 혹은 그 누군가의 뜻대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현실이
바로 정복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3
일단 시작해보면,
보일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정복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광고기획자로 시작해 브랜드 마케터로 약 12년.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생각을 구조화하는 일을,
끊임 없이 머리를 힘들게 해야했던 내가
무엇을 해야 정복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공할지 모르지만, 내가 찾아낸 두 가지 기준.
첫째, 내가 품고 있는 장점을 활용할 것.
둘째, 일단 빠르게 해볼 수 있을 것.
이것이
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이다.
내 머리 속의 생각들을
앞으로 주기적으로
한 줄이든,
한 문단이든,
세상 밖에 꺼내어 보자는 것.
앞으로 내 머리 속에 갇혀 있던 생각을
풀어내며,
정복당하지 않는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일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