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유전자를 찾습니다.

흥부자 몸치의 춤바람

by 벨지

흥이 많은데 몸치인 것만큼

불행한 일도 드물다.


주체하기 힘든 흥을 표출할 때마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스스로가 안쓰럽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 나는 주로

술과 어둠의 도움을 받곤 했다.


+

노래방과 나이트


친한 몸치 친구와 술을 잔뜩 마시고

노래방에서 깔깔거리며 흔들어대거나


이른 저녁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신나게 흔든 후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이른 저녁에 춤추기가 더 수월하다)


끓어오르는 흥을 간간히 해결해 가며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몸치 여자 사람이 우리 집에

한 명 더 있다.


몸치로 살기 싫다며 2년간

미친 듯이 춤을 배우더라.


아니 그런데 그녀가 어느 순간

춤신춤왕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몸치 유전자를 탓하며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워


나는 술 없이 춤을 추기로 했다.


댄스 학원에 다니며

부끄러운 몸을 흔들어대고,


필요할 때는 우리 집 춤신춤왕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여전히 웨이브는

말도 안 되게 웃긴 모습이고,


왼쪽 팔다리는 남의 몸처럼

따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뜻 보기에는) 꽤 그럴듯하게

한 곡의 춤을 마스터했다.


aditya-ali-SzI4No8rQ14-unsplash.jpg @Unsplash의 Aditya Ali


몹쓸 자신감을 얻은 나는

요즘 매일 춤을 춘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선생님의 뒷모습을 따라 신나게 흔든다.


나는 다이어트댄스에

푹 빠졌다.


잘 출 필요는 없다.

쉴틈도 없이 한 시간을 꼬박

무아지경 속에서 몸을 흔든다.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칼로리도 날아간다.

내 기분도 날아간다.




내 몸치 유전자도

함께 날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날려 보내야지.

훨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