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자 몸치의 춤바람
흥이 많은데 몸치인 것만큼
불행한 일도 드물다.
주체하기 힘든 흥을 표출할 때마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스스로가 안쓰럽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 나는 주로
술과 어둠의 도움을 받곤 했다.
술
+
노래방과 나이트
친한 몸치 친구와 술을 잔뜩 마시고
노래방에서 깔깔거리며 흔들어대거나
이른 저녁 나이트클럽에 들어가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신나게 흔든 후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이른 저녁에 춤추기가 더 수월하다)
끓어오르는 흥을 간간히 해결해 가며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몸치 여자 사람이 우리 집에
한 명 더 있다.
몸치로 살기 싫다며 2년간
미친 듯이 춤을 배우더라.
아니 그런데 그녀가 어느 순간
춤신춤왕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몸치 유전자를 탓하며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워
나는 술 없이 춤을 추기로 했다.
댄스 학원에 다니며
부끄러운 몸을 흔들어대고,
필요할 때는 우리 집 춤신춤왕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받았다.
여전히 웨이브는
말도 안 되게 웃긴 모습이고,
왼쪽 팔다리는 남의 몸처럼
따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뜻 보기에는) 꽤 그럴듯하게
한 곡의 춤을 마스터했다.
몹쓸 자신감을 얻은 나는
요즘 매일 춤을 춘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선생님의 뒷모습을 따라 신나게 흔든다.
나는 다이어트댄스에
푹 빠졌다.
잘 출 필요는 없다.
쉴틈도 없이 한 시간을 꼬박
무아지경 속에서 몸을 흔든다.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칼로리도 날아간다.
내 기분도 날아간다.
내 몸치 유전자도
함께 날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날려 보내야지.
훨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