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불편해요. 하지만...
나는 이름이 좀 특이하다.
대부분 내 이름을 한 번 들으면 바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에는 전교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별명도 대부분 이름에 관한 것이었다.
놀림 받는 것에는 이골이 나서,
지금도 누가 나를 놀려도 크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특이한 이름 덕분에 나는 평소에 행동을 조심하며 살았다.
같은 일을 해도, 나는 튀기 때문이다.
지나고보면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명효과'가 더해졌던 것 같다.
(조명효과: 자신이 선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는 것처럼 주변을 왜곡되게 지각하는 것)
언제부턴가는 일상 속에서 가명을 사용한다.
식당을 예약하거나, 동네에서 포인트를 적립할 때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이다.
본명을 말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점원: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OOO입니다.
점원: 네?
나: 네. 성이 O이고, 이름은 OO입니다.
점원: 아 네. O는 아이 인가요 어이 인가요? O는...@##$$#^@%$
....
때로는 원치 않게 점원의 사과나, 이름에 대한 소감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한 이름을 가진 내 친구 이름을 대면, 한 번에 끝난다.
점원: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ㅁㅁㅁ입니다.
-상황 종료-
'벨지'로 살아가는 지금이 좋다.
너무 튀지도 너무 흔하지도 않은 내 새로운 이름이 좋다.
벨지인지 밸지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있겠지만 뭐 어때.
조금이라도 더 튀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언젠가는 내 이름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금 해본다.
평생 불편했는데, 그런 기회도 없으면 억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