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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Jan 22. 2017

라라랜드 - He Said vs. She Said

아름답고 예쁘고 슬프고 시린 영화 (남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평가)

여자

아, 정말 아름다운 영화야. 재밌다. 당신이 영화 참 잘 골랐어.


남자

아름답긴 한데 엔딩이 조금 슬프다. 롸이언 고슬링 너무 불쌍해.


여자

뭐가 불쌍해? 둘 다 꿈을 이뤘잖아. 엠마 스톤은 배우로서 성공했고 롸이언은 재즈클럽 사장이 됐고.


남자

그건 아니지. 롸이언의 진정한 꿈은 엠마랑 결혼하는 거지. 재즈클럽 하면 뭐해. 롸이언은 엠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는데 결국 엠마는 딴 남자랑 결혼했잖아.

난 엠마가 너무 못된 것 같아. 특히 롸이언이 바쁜 와중에도 엠마를 위해서 저녁상을 차렸는데 엠마는 롸이언한테 괜한 시비나 걸고.


여자

엠마는 롸이언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 롸이언의 꿈은 재즈클럽을 하는 거였는데 순회공연이나 다니고 있으니까.


남자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롸이언이 애초에 순회공연을 시작하게 된 것도 엠마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잖아.


여자

그건 엠마가 하라고 한 게 아니잖아. 롸이언 자신이 고정수입이 없다는 자격지심에 스스로 선택을 한 거고.


남자

롸이언은 원래 존 레전드랑 친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엠마가 자기 때문에 부모님이랑 통화할 때 곤란해하는 걸 보고 존 레전드 팀에 합류하기 위해서 자존심까지 내던진 거잖아.

아니, 자존심 정도가 아니지. 자신의 음악적 가치관까지 버렸잖아. 그게 얼마나 큰 일인데. 다 엠마를 위해서.

그런데 엠마는 그런 롸이언한테 '도대체 넌 왜 이렇게 사니?' 식으로 다그치잖아.


여자

근데 그 말은 맞잖아. 롸이언은 원래 정통 재즈를 고수했잖아. 그런데 갑자기 그런 테크노 재즈 풍의 음악을 하느라 항상 바쁘고 하니까 엠마 입장에서는 "원래 네가 꿈꿔왔던 바를 추구해라"라고 말할 수는 있잖아.


남자

할 수는 있는데 그게 남자 입장에서는 가슴을 찌르는 비수나 다름없지.

이 세상에 꿈이 없었던 사람이 어딨어? 어렸을 때에는 영화배우다, 가수다, 야구선수다, 다 꿈이 있었지. 그런데 결국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꿈이랑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회사에서 상사한테 깨지고 나와서는 고객한테 굽실거리고, 이런 꿈을 꿨던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현실은 그럴 수밖에 없잖아. 안 그러면 살 수가 없는데. 우리들이 그렇게 사는 이유는 다 사랑하는 와이프랑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거지.

그런데 회사 일로 바빠서, 고객을 접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술 먹고 늦게 들어왔는데 와이프가 하는 말이 "여보, 왜 그렇게 살아? 당신은 꿈이 없어?"라고 하면 가족을 위해서 꿈을 희생한 남편 입장에서는 기분이 어떻겠어? 가슴이 찢어지지.


세상에 꿈이 없었던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 현실은 그럴 수밖에 없잖아.
사랑하는 와이프랑 아이를 위해서.


여자

그런데 엠마 입장에서는 '누가 그렇게 해달라로 했어'잖아. 다 롸이언이 원해서 했던 거고.


남자

그건 맞지. 엠마가 해달라고 한 적은 없지. 하지만 롸이언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았지.

롸이언은 엠마가 해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엠마를 위해서 그 모든 행동을 한 거지. 존 레전드랑 같이 공연을 시작했던 것도 엠마를 위해서 그랬던 거고. 세계적인 밴드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박차고 나온 것도 다 엠마를 위해서 그런 거고.


여자

그런데 그걸 엠마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잖아. 엠마가 해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남자

그치. 하지만 엠마는 결국 다른 남자랑 결혼했잖아.


여자

롸이언도 다른 여자랑 결혼했을 수 있잖아.


남자

물론 롸이언도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토끼 같은 아이들을 줄줄이 났을 수는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애. 왜냐하면 롸이언은 재즈클럽 이름도 당초 자기가 원했던 이름 대신 엠마가 권했던 이름으로 지었잖아. 그걸 보면 아직도 마음속에 엠마를 그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여자

글쎄, 그건 모르지.


남자

마지막 회상 장면에서도 롸이언은 '아, 그때 이렇게 할 걸. 아, 그때에는 또 이렇게 할 걸. 그랬다면 엠마랑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잖아. 그것만 봐도 롸이언이 엠마를 잊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지 않았을까?


여자

그런데 왜 롸이언은 엠마를 따라가지 않은 거야? 그렇게 사랑하면서?


남자

엠마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 아닐까? 자기가 가면 오히려 짐이 될까 봐.


여자

아니면 롸이언도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남았을 수도 있지.


남자

그치. 그럴 수도 있지.

...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이 어디였는줄 알아? 바로 마지막 장면. 롸이언이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 엠마를 쳐다봤을 때.


여자

그때가 왜?


남자

롸이언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듯이 아팠겠어. 배신감에 얼마나 많이 분노했겠어.


여자

에이, 배신감은 아니다.


남자

하긴 배신감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마음은 많이 아팠을 것 아냐?


여자

아팠겠지.


남자

그런데 엠마를 향해 미소를 짓잖아. 그때가 가장 슬펐어.


여자

그때가 왜?


남자

엠마가 미안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 나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그리고나서는 방에 들어가 술 마시며 통곡했겠지.


바로 이 장면. '슬픈 미소'를 짓는 마지막 장면.


난 괜찮아요. 잘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요.
(딴 남자랑...)


여자

롸이언 고슬링은 왜 맨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 한 몸 다 바치는 일편단심 민들레 캐릭터로만 나올까? '노트북'도 그렇고.


남자

눈이 처져서 그래. 착해 보이니까. '노트북' 말고 '드라이브'에서도 그래.

난 '드라이브'가 롸이언 고슬링 영화 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아.


2011년 칸느 감독상을 수상한 느와르 영화 '드라이브'


여자

드라이브? 그건 무슨 내용인데.


남자

롸이언 고슬링이 사랑했던 옆집 유부녀 캐리 멀리건의 남편을 돕다가 범죄에 얽히게 되는 느와르 영화야. 남자들은 다 좋아하고 여자들은 다 별로래. 좀 잔인하거든.


여자

유부녀의 남편을 돕기 위해? 그건 좀 이상하다.


남자

그게 진정한 사랑이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유부녀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여자

자기는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어?


남자

물론이지.


여자

유부녀라도?


남자

물론이지. 나의 유부녀니까.



- THE END -


    

드라이브의 주제곡 'A Real Hero' by College 뮤직비디오




남자와 여자는 영화 취향이 대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일부 영화에서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타이태닉'(1997),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그리고 '늑대소년'(2012)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특히 '늑대소년'에서는 젊은 송중기씨와 할머니가 된 이영란 선생님과의 재회 씬에서 여자가 "아름다운 장면이야"라고 하자 남자는 다음과 같이 응수해 여자는 그날 밤 무드를 완전 잡쳤다.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우리 남녀를 바꿔 한번 생각해보자.
이제부터 '늑대소년'이 아닌 '늑대소녀'다.
늑대소녀는 김아중이고 할아버지는 백일섭 선생님이야.

이래도 아름다워?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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