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리따 Jan 26. 2023

감자를 보내며

유산한 엄마에게_세 번째

아파도 병원에 선뜻 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더 많은 고통이 있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안 가고 있다가 결국 일 제쳐두고 그제야 갑니다. 

계류 유산 수술 이후 원래 이렇게 아픈가 싶었어요. 수술이니까 이 정도 고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병원 진료를 보며 이런 적 있지 않나요? 특히 수술 이후, 아파서 갔는데 "수술이니까 이 정도 아픈 거 맞아요." "이렇게 통증 있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어본 적이요. '나는 이 정도도 못 참아서 왔나'라는 생각에, 저도 수술하고 참았어요.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거든요. 


수술 직후,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며 배가 많이 아팠습니다. 회복실에 혼자 있다가 남편 호출도 했지요. 전기장판을 틀어놔도 어찌나 춥던지 벗어놨던 양말도 다 신었어요. 제가 너무 아파하니 결국 의사 선생님도 한 번 더 오셨지요. 간호사에게 진통제를 놨냐고 물으시고는 자궁 수축이 진행되고 있어서 아프다고 합니다. 빨리 수축되는 경우 통증이 좀 있다면서 조금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해요. 

제가 아이를 안 낳아본 사람도 아니고, 애 둘 자연 분만으로 낳았는데 그렇게 커진 자궁도 수축할 때 이 정도는 안 아팠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내뱉지는 않았습니다. 

삼십 분 지나니 진짜 괜찮아지더군요. 농담할 여유까지도 생기고요. 회복 시간 지나 병원에 나설 때만 해도 통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집에 와서 죽도 먹고 약도 먹었지요. 저녁에는 외식도 했어요. 집에 가려고 출발하려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더라고요. 설사일 거 같은 느낌. 남편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했어요. 

다음 날 점심도 밖에서 사 먹었는데요, 이상하게 배가 또 아파요.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느낌. 잠깐 어디 한 군데 들렀다가 집에 가는데 또 배가 막 아파왔어요. 조수석에 앉아있는데 제대로 앉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신호 무시하고, 비상 깜빡이 켜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이럴 때 빨리 오지도 않고, 혹시나 여기서 실수할까 봐 끝까지 긴장을 놓치고 있지 않았죠. 


음식을 먹고 나면 곧 가스가 차는 거 같고, 장이 꼬이고, 배가 아파요. 화장실에 가도 그냥 나오기도 했고요, 볼일을 보고도 시원한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자궁과 장, 이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죠. 

계속 검색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은 발견하기가 힘들었어요. 배가 아파 잠도 못 잘 때도 있었어요. 수술 당일 아침에만 해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배가 아파 미칠 지경입니다. 

남편도 제가 신경이 쓰이니 검색을 했습니다. 겨우 눈을 붙여 잤어요. 자고 일어나니 남편이 약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의 글 하나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먹은 약 중에 자궁 수축에 도움 되는 약이 있나 봐요. 그 약의 부작용 증상인 거 같다고 병원에 가보자고 하네요. 순간, 두 아이를 낳았을 때도 약을 먹었을 텐데 그때는 왜 없었을까 싶었어요. 출산했을 때와 수술했을 때는 병원이 다르긴 합니다. 


산부인과에 다시 갔어요. 증상을 이야기했죠. 바로 약이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하시네요. 혹시 몰라 초음파도 봤는데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어요. 약의 모양을 알려주시며 그 약을 빼고, 유산균을 먹으라고 합니다. 그래도 아플 때는 내과 진료를 보라고 했어요. 일단 약 하나를 빼고 유산균을 먹는 일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어요. 좀 덜 아팠어요. 여전히 가스가 차 있는 느낌 때문에 결국 다음 날 내과 진료를 봤습니다. 약 먹으니 괜찮아지네요. 


집에서 검색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병원 가서 이야기하니 의사 선생님도 바로 아셨어요. 대략 48시간 고생했는데 왜 그랬나 싶어요. 왜 처음부터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일까 미련하게 참은 일이 바보 같았어요.  


이제는 아프면, 빨리 낫고 싶으면 약부터 먹습니다. 몸살 기운이 있으면 종합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자요. 몸이 좀 많이 안 좋다 싶으면 면역을 키우기 위해 참지 않습니다. 빨리 낫는 일, 컨디션 정상 회복하는 일이 먼저인 거 같아요. 

건강해지기 위해서, 안 아프기 위해서, 덜 아프기 위해서 병원 방문은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76세에 시작하는 취미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