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젊다
밤을 새웠습니다. 꼴딱이요. 어제는 새벽 3시 20분에 일어났으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6시간째 눈을 뜨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머리가 멍하지는 않아요. 눈만 조금 따갑고, 코도 좀 따갑네요. 욕실의 거울을 보고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주름이 더 잘 보이고요, 모공도 확 넓어진 거 같아요. 수면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 어후, 표지 선정에 시간을 덜 보냈으면 한 시간이라도 잘 수 있었을까요. 매번 집중한 건 아니니, 그 딴짓시간까지 다 포함하면, 두 시간은 잘 수 있었을까요. 지금이라도 한 시간 자고 일어나야 고민이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아플 거 같고, 안 자자니 아침까지 어떻게 버틸까 싶어요.
밤에 일찍 자고 새벽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난 날이 있습니다. 물론 어제도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난 날에 해당이 됩니다. 저는 왜 잠을 자지 않았던 걸까요?
개인 저서 준비 중입니다. 출판사로부터 교정본을 받고 주고받기를 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는 부분, 중복되는 단어를 수정하고 있어요. 몇 번씩이나 주고받았는데도 계속 나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럼 고쳐야 하는 글이 적어야 하는데 저는 기본 세 쪽 이상은 나와요. 언제까지 원고를 봐야 할까요?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목은 따갑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어서도, 여유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서도요. 지금 해놓으면 오전이나 오후에 좀 더 편하게 잠도 잘 수 있습니다. 책 읽고 필사는 낮잠 한 번 자고 해도 되지요. 젊다는 것도 몸소 느낍니다. 체력이 달리면, 벌써 자러 들어갔을 텐데요. 감사한 일이네요.
밤을 샐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방문은 열어 놓았어요. 온도가 떨어진다고 조심하라는 안전 문자가 왔는데, 방으로 찬 공기가 계속 들어와요. 알면서도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안그러면 멍해지고 잠이 올 거 같았어요.
교정본을 주고받다 진짜 확정이 되면 예약 판매도 시작입니다. 표지도 결정했으니까 아마 오늘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종이책으로 나오는 개인 저서는 처음이라 두근두근 긴장되기도 하네요.
책 한 권을 쓰면서 이때까지 하지 않은 일을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 댁에 가서도 새벽에 일어나 스터디카페에 가서 글을 쓴 일, 마무리한다고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원고 본 일, 하루 여섯 시간이고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고 수정한 일. 덕분에 지금 어깨는 뭘 해도 풀리지가 않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밤 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 휴식하고, 내일은 브런치 글은 쉬는 날입니다. 모레,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