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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Feb 24. 2023

마음이 커진 아이

아이들은 매년 다르게 크고 있습니다. 몸도 성장하지만 마음도 자라는 게 느껴져요. 어제는 첫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참가하는 건 아니고 신청자를 접수 받았어요. 처음 문자를 보자마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사람들 앞에 서는 무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아니네요. 틀려도 괜찮다고, 지금 많이 틀려보자고,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되는 건 엄마도 똑같다고 이야기해서 신청하게 되었지요. 


어제 연주회를 보는데 아이의 성장 세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노력'입니다. 연주회 곡 선정 후 매일 집에서 연습했어요. 피아노 학원 방학 때에도 아이는 연주곡 외에 칠 수 있는, 치고 싶은 곡을 쳤습니다. 유튜브에 검색하니 다른 친구들이 연주한 영상이 있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최소 두 번은, 하루에는 글쎄요. 한 일곱 번은 앉은 거 같아요. 방학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경연 대회에서 수상하는 사람들의 하루 연습 시간을 들으면 입이 쩍 벌어집니다. 곡의 느낌에 맞게 연주하기 위해서 따로 공부하는 시간도 있어요. 그 느낌을 손과 발, 몸으로 표현하는 건 연습 시간에 포함이 됩니다. 축구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팀 훈련 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으로 보충하고 있어요. 자신의 운동 경기 영상이나 롤 모델의 경기를 보며 배우기도 하지요. 글쓰는 저도 똑같아요. 일주일 중 네 번은 스케치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나머지 세 번은 서평, 블로그 포스팅으로 대신하고요. 독서, 필사, 어록 만들기, 수업 듣기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어요.


노력하면 당연히 실력이 늘 수밖에 없어요. 실수는 줄어들게 되고요. 연습에 연습을 계속하면 본 무대에서 실력이 드러납니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피아노를 치던 아이의 노력이 생각났어요. 그 과정을 알기에 진심으로 따뜻하게 응원할 수 있었네요. 


두 번째는 '행복'입니다. 어제 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 연주회 하는데 장난감 선물 받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야. 난 너무너무 행복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이런 점이 좋다, 낫다라는 이유로 행복하다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 아홉 살이 되는 아이가 "나 행복해"라는 말을 했다는 거에 칭찬해 주고 싶었어요. 돈, 차, 집과 같은 재산이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만족감과 기쁨을 누리는 아이, 앞으로도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저도 옆에서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싶네요.  


세 번째는 '적당한 긴장'입니다. 내가 아는 아이보다 어쩌면 더 강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주회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어요. 사람들 많은데 서면 긴장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끝나고 물어보니 하나도 긴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주회 전 리허설이 끝나고 나눠 준 꼬마 김밥 다섯 줄을 다 먹었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긴장을 안 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과거로 한 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유치원을 다니는 다섯 살이었어요. 작은 연주회였고요, 이 날 아이는 피아노를 쳤습니다. 유치원 강당에서 하는 행사라 50여명 정도 있었어요. 여섯, 일곱 살에는 코로나로 인해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대체했고요. 미술이나 음악, 체육 학원을 다니지 않으니 대회 같은 곳에 나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여덟 살이 되어서야 다시 학부모들 앞에 선 적이 있습니다. 하반기 기악 발표회 때였어요. 또 합기도 대회를 나가서 격파를 한 적도 있네요. 그 외에 조부모님 댁에 가면 장기자랑을 한 적도 있었죠. 사람들 앞에서 하는 모든 행사는 다 긴장했었다고 말로도 표현했었고요, 귀가 빨개지고 자세가 어색했었어요. 


그런데 어제는 왜 긴장이 되지 않았던 걸까요? 그동안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틀려도 된다고 부담감을 낮춰저서 그랬던 것일까요?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해서일까요? 

그래도 완전 안 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많이 하지 않았을 뿐, 적당한 긴장감과 어색함은 느껴졌는데요 이마저도 아이의 성장이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이번 연주회 참가 목적은 두 가지였어요. 무대에 서는 긴장감 느끼고 이겨내보는 연습하기, 무대에서 틀려보기. 그래서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대를 보고 나니 다음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졌어요. 때로는 용기도 주고, 도전을 응원하고, 칭찬도 하며 마음이 더 커지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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