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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18. 2023

나의 소중함을 알라

엄마가 되고 나서 나보다는 아이가 우선이었습니다. 말로 의사 표현을 하기 이전에는 잠 잘 자고, 잘 먹이는데 온 신경을 다했습니다. 잘 자기 위해서 일정 패턴을 만들었어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수면을, 그러기 위해서 앞에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죠. 재우기 위해서 오후부터는 정신없이 보냅니다. 아이가 커서 매운 음식 빼고 다 먹기 시작했을 때, 맛있다고 하면 제 접시에 있는 음식을 아이 접시로 옮겨줬어요. 아이가 좋아한다고 하면 먼저 빼놓기도 했습니다. 치킨 먹을 때 가장 많이 그랬네요. 닭다리 좋아해서 손도 대지 않지요. 이제는 아예 닭다리만 사 오거나, 배달할 때는 윙봉세트로 시킵니다. 


이게 습관이 되었을까요? 나보다는 아이가 먼저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점을 문제로 삼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거 같은데요 엄마에게 받은, 엄마가 보여준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었고 이게 또 일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 먼저, 아이 위주'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밥, 국, 반찬 세 종류, 반찬에는 야채 포함이었고요, 반찬과 어울리는 소스류도 따로 있더군요. 정갈하게 준비해서 점심을 먹는다고 합니다. 친구가 이렇게 먹은 건 아니고요, 아이 친구 엄마라고 하더군요. 혼자 밥을 먹는데 잘 차려 먹고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에 메인 요리 포함 5첩인데 부부가 같이 먹는 밥을 사진 찍어 올리시는 분 계시잖아요. 보면 '나도 누가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저렇게 먹고 싶긴 하지만 현실은...' '한 번씩은 해볼까?'라고 저는 생각만 하는데 실제로 그걸 하고 계신 분, 그것도 나를 위해서 준비하고 먹고 계신 분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나를 대접할 수 있어야 하는구나. 


두 번째는 위의 내용에서 연장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내가 나에게 하는 행동, 말투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야 남도 나에게 그렇게 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소중한데 왜 그렇게  안 해줘 가 아니라 소중하게 대하는 내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타인의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됩니다. 


밥 대충 먹었습니다. 엄마가 처음이었지요. 나는 왜 그렇게 밥을 정갈하게 차려서 먹지 못했나를 떠올려봅니다. 내 밥을 내가 차린 일, 꾸준하게 한 건 결혼 이후부터였어요. 임신 초기에는 입덧과 피로감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먹고 눕기 바빴습니다. 주말부부로 지낼 때라 퇴근 후에 혼자 밥을 먹었어요. 반찬 투정하던 제가 생각나더군요. 매일 다양한 반찬을 해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메인만 만들어 먹자며 반찬 하나만 선택했어요. 

아이가 태어나 신생아 시절이었습니다. 사십 분 낮잠 자고 자꾸 깨는 아이입니다. 시간을 쪼개어 썼어요. 낮잠 시간 중 십 분은 깊은 잠이 들 때까지 아이 옆에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 밥을 준비하고 먹어야 하지요. 대충 차릴 수밖에 없고요, 후루룩 마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리기 전부터 줄일 수 있는 건 줄이자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봅니다. 설거지 거리를요. 다 먹어가는 반찬이 있으면 꺼냅니다. 접시에 옮겨 담지 않아요. 설거지가 늘어나니까요. 식탁에 앉아 먹지도 않아요. 혼자 밥 먹을 때는 주방의 아일랜드가 제 식탁입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 아이 흉을 자주 보면 그 사람도 우리 아이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제가 부모님께 자주 연락을 드리면 아이들이 먼저 전화드리자고 합니다. 바쁜 일이 있어 통화를 못 드리면 아이도 전화드려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해요.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타인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요? 


제가 하고 있는 방법 중 세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첫째, 일을 못 했을 때 비난보다는 '괜찮아, 너 이만큼 했어.'라고 나를 토닥여줍니다. 나이기 때문에 기준이 높을 수도 있는데요, 보통 친구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그래, 너 왜 그렇게 했어?"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죠. 친구들에게 해주는 말을 나에게 합니다. 그 후에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둘째, 수면, 취미, 자기 계발 등 내가 행복한 일을 찾아 합니다. 한 상 차려서 밥 먹기는 제 성향상 아직은 도전하고 싶지 않아요.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나를 위한 일보다 집안일로 여겨지는데요, 그 시간 아껴서 다른 일, 진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보내고 싶어요. 혼자 밥 먹을 때 잘 차려먹는 일도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저를 위한 공부하는 시간이, 일정 시간 잠자는 게 더 우선이거든요. 


셋째, 수고일기를 씁니다. 길게 쓰지는 않아요. 다이어리 한편에 쓰고 있고요, 오늘 하루 보내며 내가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합니다.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수 없는데요, 저는 감사일기보다 수고일기가 마음을 채워주더라고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내가 먼저 남을 존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해 준다고. 내가 타인에게 선을 베풀고, 악하게 하지 않고, 존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 일, 중요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나에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나를 존중해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요. 그 마음이 전달되어야 그 사람은 나를 존중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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