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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20. 2023

엄마의 냉이 된장찌개


이번 달, 마트에 자주 다녀왔습니다. 바빠서 안 갈 때는 이 주에 한 번 정도 갔었고요, 그렇지 않은 날에는 일주일에 한 번, 열흘에 두 번 정도 다녀오고 있어요. 그동안 마트를 안 가서 집에 먹을 음식도 없어 더 자주 갔었는데요 삼 주 만에 대여섯 번은 다녀왔네요. 


바쁘기 전, 마지막 마트에 갔을 때 시금치, 달래, 봄동을 보았었고, 요즘에는 봄나물은 많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호박 가격이 내려갔고 오이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마트마다 참외와 오렌지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2월 달이었어요. 첫째 아이가 꼬막을 좋아합니다. 제철이 되면 저만 서너 번 삶아 숙회로 주고 있어요. 양가에서 먹는 일까지 하면 다섯 번은 넘겠네요. 삶기 전에 조리법을 찾아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끓이거나 뜸을 들였어야 했어요. 한두 개만 입이 열리면 불을 끄라는 말에 바로 냄비에 있던 물을 다 부어버렸어요.


아이가 먹기 편하게 껍질을 일일이 손질했습니다. 왼손에는 장갑을 낍니다. 조개가 뜨거우니 목장갑과 니트릴 장갑, 두 켤레를 사용합니다. 오른손에는 숟가락을 들어요. 조개 입 반대쪽 홈에 숟가락을 끼워 손목을 회전하면, 숟가락을 돌리면 입이 벌어집니다. 조금은 빨간 조개를 보면서도 별생각 없이 그릇에 담았어요. 조개를 좋아하는 아이는 흡입을 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설사가 시작되었고 먹으면 토하기도 했어요.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났지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장염이라는 것을요. 어제 덜 삶은 조개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장염 이후 아이는 원래 좋아하던 음식도 안 먹으려 하더라고요. 먹고 나면 토할까 봐 설사할까 봐 겁이 났나 봅니다. 그래서 이때 찍은 아이의 사진을 보면 얼굴이 핼쑥해요. 다시 잘 먹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철 음식 먹이겠다고 했다가 아이를 아프게 하니 마음이 안 좋았어요. 조리법을 제대로 확인 안 한 제 잘못이 크겠지만 저도 겁이 났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고 싶지가 않더군요. 그때 이후로 먹던 음식을 반복해서 요리해 먹었어요. 사람들이 요즘 많이 먹는 메뉴, 제철 재료로 해 먹는 음식에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더라고요. 


봄에는 삼겹살과 미나리를 먹습니다. 부모님께서 특히 엄마는 지인분들과 밖에서 많이 드시더라고요. 그러면 미나리 한 단을 사 와서 저희도 먹게 했어요. 시골에 가서 냉이와 쑥을 캐 온 날에는 냉이 된장찌개를 먹었어요. 젊은 그 시절에는 향이 싫었는데 이제는 제가 찾아 먹고 싶어졌어요. 캐 온 쑥은 쑥국이나 쑥떡을 만들어서 먹지요. 콩가루에 찍어 먹는 쑥떡은 간식으로도 좋아요. 


여름이 되면 백숙 한 번은 해 먹었고, 수박도 꼭 사셨어요. 저는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안 사게 되던데 엄마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한 덩이를 사 오셨죠. 어디서 사면 맛있는지를 알고 옥수수도 사 와서 쪄 주십니다.


가을에는 호박전을 구워 주세요. 호박 속을 일일이 파냅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저희 건 따로 소분해서 주셨어요. 집에 가면 반죽해서 먹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계셔서 반죽한 상태로 주세요. 가을에는 사과, 배, 감 등의 과일도 많이 나와요. 몇 년 전에 꿀 사과라며 사 오신 사과는 아직도 잊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비싸도 다시 한번 보게 되더라고요. 


겨울이 되면 게를 먹곤 합니다. 집 근처에 수산 시장이 있어서 가서 쪄와요. 동해 바닷가 가서 먹을 때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게를 먹기 시작하고는 일일이 손질해서 아이들 입에 먼저 넣어 주시죠. 꼬막을 좋아하는 첫째 때문에 숙회도, 꼬막무침도 해주십니다.


얼마 전, 마트에 갔을 때 미나리를 담았어요. 그러니 팔공산과 명곡 등 삼겹살과 미나리를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 드시는 엄마가 떠오르네요.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제철 음식을 같이 가서 먹을 수도 없고 또 엄마가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제철 음식을 보면 우리 아이가 잘 먹는 건지 아닌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지 엄마는 좋아하시는지 떠올리진 않더라고요. 문득 잡은 한 봉지의 미나리를 보니 엄마가 생각납니다. 미나리와 삼겹살 그리고 엄마가 끓여주신 냉이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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