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른스러워지고 싶다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by 벨리따

바깥의 드러나는 모습보다 내 안이 꽉 차고 싶다. 나도 나이를 먹긴 했나 보다. 점점 이런 모습을 지향한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나이 먹고 저러고 싶을까?’ ‘나이가 얼만데 아직 철이 안 들었네.’ 뭐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이만 먹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늙어가기만 하지 않고 무엇을 바라는 걸까? 어른. 티브이에서 보면 어르신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 영감이 아니라 어르신. 나도 그렇게 불리고 싶다. 할망구가 아니라 여사님. 남편의 지위에 따라서 불리는 게 아니라 내 존재로 인해 사람들이 이 호칭을 쓰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하나, 말과 행동에서 고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들은 욱하는 순간에도 차분하게 반응을 하는 게 특징이다. 일단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릴 줄 안다.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속상하다고, 짜증 난다고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면 ‘애니까’라고 할 때가 있다. 그 반대가 어른이고. 난 아이가 아닌 모습을 원한다.

여기에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반전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 차 사고가 난 영상을 본 적 있다. 젊은 사람이 앞 차를 박은 걸로 기억한다. 백 퍼센트 과실, 이런 상황이었다. 앞 차는 비싼 외제차이다. 젊은 여성이 울고 있으니 중년 여성이 다독거리며 안아주는 모습이 나왔다. 누가 이 상황에서 목덜미부터 잡지 않고 내릴 수 있을까. 뒤에서 박았으니 인상 팍 쓰며 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있다. 나도 중년 여성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둘, 척이 아니라 듯의 모습을 보인다.

돈이 많은 척 아니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면서 쓸 일이 있을 때는 확실하게 쓰고.

아이가 잘 살고 있는 있는 척이 아니라 관심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자기의 삶을 챙겨 나가고.

아는 게 많은 척이 아니라 이제 알았다는 듯, 덕분에 배웠다는 듯. 그래서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사람.

척을 두고도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한다. 험담이다. 듯을 두고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셋, 지혜가 있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는 사람이 멋지다. 무엇을 보더라도 남과 다른 관점으로 보거나 그 본질을 꿰뚫어 볼 때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때가 힘이 된다.

이 지혜라는 건 그냥 살고 있다고 해서 쌓이고 터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경험도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성찰해야 하며 본질을 파악할 수도 있어야 한다. 쉽지 않지만 지혜와 통찰력이 있으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

넷,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욕심은 바라면 끝이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계속 더 가지고 싶어 한다.

내가 아는 한 노인은 절에 그렇게 다닌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게 무소유가 아닌가? 그는 돈도 자식도 다 가지려 한다. 반면 나눌 때에는 인색하다. 나 또는 내 테두리에 있는 사람만 챙긴다. 그 외는 신경을 끄거나 형식적이다. 귀한 음식은 내 사람에게만 준다. 매일 얼굴 마주 보는 이웃에게는 절대 나눠주지 않는다. 부족하게 가지지도 않았는데 더 베풀고 살면, 경계 없이 나눠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다.

다섯, 잘못했을 때는 잘못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뭔 일이 일어나면 핑계를 대고, 남 탓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이 들어서 내가 잘못했다고 진정성 있게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마지못해 넘어가듯 “그래, 내 탓이지 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하나도 멋지지 않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 잘못했다고 나이 탓도 하지 않으면서 말할 때 닮고 싶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말하기 꺼려질 수 있다. 사회적 위치까지 있다면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 핑계를 그만 대고 나한테서 반성을 할 때 멋진 어른이다.

새치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염색하라고 하지만 이런 말에 개의치 않는다. 감정 기복 없이 보내려 노력하고 겸손하려 한다. 어떻게 하면 삶의 지혜를 쌓고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지 책 읽고 글 쓰고 질문한다. 내 것 나누는 데 아끼지 않는다. 나이, 상황 상관없이 사과한다.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을 채워간다. 꽉 차면 그때는 보이는 모습을 가꿔볼까. 평생 염색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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