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필로소피
<데일리 필라소피> 책의 4월 30일 제목은 '유혹에 휘둘리지 않기 위하여'이다. 배워서 이성을 갖추라는 내용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로 활용 가능한 방법이면 좋겠는데, 이건 내가 생각을 해봐야겠지. 뭐에 대해서 글을 쓸까 하다가 유혹하면 넘어가는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이 점을 바탕으로 나는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내가 쉽게 휩쓸리고 마는 세 가지 유혹은 술, 여행, 강아지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술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술을 사랑한다. 그렇다고 많이 마시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과 직장 다닐 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은 마셨지만 지금은 이틀 정도만 마시고 있다. 양도 줄었다.
누가 술 마시자고 하면 다른 일보다 쉽게 거절을 하지 않는다. 오늘이 안 되면 다음에라도. 최대한 가능하게끔 한다. 특히 이사 온 후에는 더 그렇다. 아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주로 그 대상이 아이들이니 대화 내용도 뻔하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원주로 오고 나서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대화가 그립다. 아이 태어나서 옹알이할 때 같다는 생각을 한다.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않은 게 언제일까,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곤 한다. 눈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차 마시자, 밥 먹자는 말이 나올 때도 좋지만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 마시자고 할 때 특히 반갑고 설렌다. 그러니 거절이 어렵다.
주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려 한다. 그래봤자 월, 화, 수, 목 4일이다. 요즘 축구를 다니지 않고 있어서 금요일에도 술을 마신다. 금, 토요일은 다른 날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어차피 나는 매일 할 일이 있지만, 마음이 편안하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속상한 일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굳이 평일에 마실 이유는 없다. 최대 유혹은 일요일 밤이다. 남편이 막걸리 뚜껑을 열 때이다. 일주일에 이틀만, 금요일과 토요일, 마시려고 했는데 일요일도 마시게 된다.
술도 좋아하고, 술자리 그 자체도 좋아한다. 이왕이면 즐거운 분위기를 선호한다. 좋아하는데 내 기준에서는 많지 않다. 그래서 승낙하나보다.
여행도 좋아한다. 누가 놀러 가자고 하면 좋다. 다니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새로운 곳, 뜨는 여행지가 있으면 가고 싶다. 굳이 1박이 아니어도 되고,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다. 당일치기도 좋아한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원주에 이사 간다는 게 확정 났을 때, 가평, 양평 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대구 사람들이 경주와 포항으로 바람 쐬러 가듯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같았다.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는데 이 두 지역은 지나만 봤다.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도 가고 싶다. 앉아서 얘기도 하고 책도 읽고 싶다. 한옥 카페도 좋아한다. 다른 카페보다 마음이 편안할 거 같아서이다. 이런 곳은 아이들과는 가고 싶지 않다. 정적이고 조용한 곳만큼은 나도 그렇게 보내고 싶다. 경북 칠곡에 있는 시호재라는 카페도 찜해두고 있다. 자기만의 방, 침묵의 방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키즈 카페라고 하니 더 끌린다. 건축 상도 받았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다. 초록 잎 보는 거 좋아해서 가평 아침 고요수목원과 군위 사유원 가보고 싶다. 이런 데는 누가 가자고 하면 냉큼 갈 수 있다. 이런 취향인 사람이 주위에는 없어서 '언젠가 혼자'를 꿈꾸고 있다. 서해안에 석양 보러 가자고 해도 바로 콜이다. 일출도 멋진데 일몰은 감탄한다.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수상스키, 서핑 이런 활동적인 것도 좋아한다. 내가 우리 딸한테 성격에 맞지 않게 바둑을 한다고 하는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내가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좋아하는 걸 안 하고, 못 가고 있으니 기회만 생겼다 하면 간다.
강아지가 빠질 수 없다. 요즘 내 눈은 하트 뿅뿅이다. 나는 여행 가이드나 반려견과 관련된 일을 했으면 또 아직 하고 있으면 행복한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강아지를 그냥 예뻐만 하는 게 아니다. 어쨌든 사람과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화'라는 표현을 하던데 이 점도 중요시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강아지마다 다르게 훈련하고, 애정을 표현한다.
강아지를 키운 지 석 달이 되었다. 이 아기를 데리고 온 이후부터는 더 '강아지, 강아지'하고 있다. 우리 집 강아지 쏘니가 내 바지 밑단을 물고 아니면 치맛자락을 물고 어디로 데리고 간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때인데, 쏘니도 자고 자고 또 자다가 심심해서 놀아달라고, 예뻐해 달라고 데리고 가는 거다. 이건 넘어갈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태어난 지 5개월이라서 잠이 많다는 점이다. 10시쯤부터 1시까지는 푹 잔다. 내가 점심 먹으려고 일어나면 그때부터 깨어있는데 3시까지도 잘 아이다. 지금도 나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눈만 뜨면 내가 보이는 자세로 자고 있다. 이제 곧 일어날 시간인데, 이 귀요미 덩어리가 놀자고 하면 그냥 같이 논다.
내가 이 세 가지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하나다. 좋아하니까. 억누르려고만 하면 번아웃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선을 넘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래도 월, 화, 수, 목 4일은 술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오늘, 지금 행복을 누리라고는 하지만 그 행복 다 누리려면 나는 매일 맥주 한 캔이라도 마셔야 한다. 또, 다음 날 내 삶이 정상으로 흘러가는 게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참을 수 있다. 가고 싶은 여행은 날을 잡아서 떠나거나 보상으로 활용한다. 이런 날이 드물기도 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집 밖으로 나간다. 집에서만 나가도 여행하는 기분이다. 할 일이 남아 있을 때는 강아지와도 10분 정도만 논다.
내가 좋아하는 걸 억제해야만 해서도 안 되며, 또 추구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한 점 아닐까. 내 나름대로 방법과 방향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 기꺼이 끌리되, 나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쪽으로. 이게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균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