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경, <다시 사랑한다면>
20년을 살고 결국 헤어진 마당에 사랑 타령을 하는 게 맞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랑'이란 단어 앞에서는 자동적으로 멈칫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사는 동안 '사랑'이라 생각하며 산 건 분명하다. 때로는 사랑으로 생활의 당위성을 만들어 나를 집어넣은 것도 사실이지만, 선한 마음으로 그를 배려하고 베풀고 이해하려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순도 100%는 아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을까.
<우리 이혼했어요>에 나온 부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혼이라는 과정을 통과했다고 해도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이유는 있겠지만, 그럼 어쩌다가 그 갈등이 커져 버렸는지 생각해 보면 수없이 많은 잔가지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있어 말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그렇게 간단한 이유였으면 저런 선택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얽히고설킨 이유라 해도 대화가 가능했다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대화가 가능했다면 얽히고설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것도 가능하지 않으면 합의점은 찾을 수 없다.
이혼을 결심하고 마지막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수없이 반복해서 떠올랐던 생각들.
가정을 지키자는 것만큼은 우리 부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였는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더 노력해야 했던 걸까. 성급한 결론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그 결론이 추호의 흔들림 없이 견고한 건가. 우리가 다시 함께 한다면 그려지는 미래를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둘이서 만든 문제들이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과정, 그것이 이혼의 과정이었다. 서툴고 이기적이고 지혜롭지 못했지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쌓아 온 20년이라는 긴 시간. 우리는 각자의 진실 안에서 그 긴 시간을 버려질 기억으로 무참하게 해체시켜 버렸다.
이제, 이해받고 싶었던 나와 인정받고 싶었던 모든 노력들은 접어두기로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내 마음속에만 넣어두기로 한다. 아직은 황무지 같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지만, 내가 좀 더 늙어 지금보다 관대한 인간이 되었을 땐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버려도 되는 가벼운 기억들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우리 이제, 안녕.
❤️ 이 글을 끝으로 이번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노래와 나> 연재 글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이 글은 도원경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들으며 썼습니다.
https://youtu.be/6JqqvF8uqt4?si=czMdtI7ewFu0XG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