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짓말

이적,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by 시크한 달빛

가수 이적이 패닉이라는 이름으로 <왼손잡이>를 부를 때 세상은 그의 반항에 열광했지만 나는 시큰둥했다. 반항에 대한 반항 또는 패기에 대한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로 다시 들은 이적의 목소리엔 삐딱한 반항 대신 다른 것들이 채워져 있었다. 패기는 사라지고 조용하지만 깊은 아픔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돌아올 거라 했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은 그 사람을 철석같은 믿음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노래 가사에 나의 모든 생각은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철석같은'과 '하염없는'.


두 개의 부사가 지나간 내 삶으로 치환되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들어볼수록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이 부사들의 발견을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난감했다. 두 개의 단어가 품고 있는 무수하고도 속절없었던 시간이 내 눈앞에서 알알이 박히는 것만 같았다.


'다시 나는 홀로 남겨졌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어떻게든 나는 '홀로' 남겨질 거였다. 그 혼자가 절망이면서도 구원처럼 다가와 주길 바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추억들이 버려진다는 말이야말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문장이었다. 이 말은 다시 나를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 이 감각이 무뎌질 때 쯤 나는 그의 사진을 다시 편안하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노래와 나> 연재를 기획하면서 이 노래를 선택할 때만 해도 나는 여전히 저 두 개의 부사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희망없음을 알고 체념한 것 같으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내려놓지 못하는 저런 질문을 이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철석같은 믿음'으로 '하염없이 기다린' 것도 실은 그가 내게 약속했던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선택한 나의 믿음이 만든 거짓말이었다. 그 또한 자기의 거짓말에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성 안에서 혼자 성을 쌓고 또 각자의 성이 무너지는 걸 혼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의 생에, 우리의 생에 그런 거짓말이 있었다.




❤️ 이 글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들으며 썼습니다.


https://youtu.be/2h_Os2DqIaE?si=U42wLxliXXR54T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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