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
중학생 시절, 둘째 언니 책상에 이 책이 꽂혀 있었다. 3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책을 펼쳐본 적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저 책의 제목이 맘에 들었다. 미친 것처럼 보일 만큼 그렇게 무엇엔가 폭 빠져 사는 삶을 나는 동경했다.
인생의 암흑기인 줄 알았던 고등학생 때, 내 일기장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 있는 현실 앞에서 '열정적인 삶'에 대한 동경은 더욱 커졌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듯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무엇에 열정을 쏟는단 말인가! 무엇이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무엇에 정신없이 빠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오다니! 안타깝게도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몰랐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도 알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내내 그게 뭔지 몰랐다. 주체할 수 없었던 열정은 과거의 기억으로 잊혔고, 꿈꾸는 시간의 유효기간도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꿈보다는 살아야 할 오늘이 먼저였다.
2016년 영화 <라라랜드>에서 미아가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있다. 커피숍에서 일하며 배우를 꿈꾸는 미아가 계속된 실패로 꿈을 접었던 순간에 세바스찬의 권유로 보게 된 오디션. 미아는 배우였던 이모의 사연을 노래한다.
"무언가에 조금 미쳐본다는 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줄 해결책이야.
그게 우릴 어디로 이끌지 누가 알겠니?
그러니 반란을 일으키렴."
"꿈꾸는 바보들을 위하여,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들을 위하여"
미아의 노래는 내가 꿈꾸는 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고 있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래서 많은 걸 포기하고 꿈을 좇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 그래도 꿈을 꿔. 난 꿈꾸는 바보들을 응원해!"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거창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된다고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그날 컴컴한 극장 안에서 혼자 숨죽이며 흘린 눈물은 아프면서도 벅차고 씁쓸하면서도 뜨거웠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채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도 모르게 몰두하게 되는 일, 그 몰입에서 깨어났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일,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다시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일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피아노를 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되었다.
미아는 배우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뤘다. 그래서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꿈꾸는 바보를 응원해 놓고 정작 자신은 바보를 탈출했다.
내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다. 미친 듯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에게 꿈이란 무엇이 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가깝다. 일상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무언가에 몰두하는 경험을 하고 그 몰입의 즐거움이 다시 그 행위의 선택을 반복하게 하는 과정 안에서, 나는 순간순간 설렌다. 바보일 진 몰라도 나는 꿈꾸는 자다.
❤️ 이 글은 영화 라라랜드의 <Audition(The Fools Who Dream)>을 들으며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