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트너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을 때

한국 게임, 일본에서 통하는 것과 통하지 않는 것 <1편>

by Bella Son

UI/UX — 한국에서 '풍성함'이 일본에서 '피로감'이 되는 이유


일본 파트너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요." 그 자리에 있던 한국 팀은 "설명이 부족했나"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그 말은 게임 기획 이야기가 아니었다. 화면을 보는 순간 느낀 감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본에서 10년을 보내면서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해서 봤다. 한국 게임사가 공들여 만든 것들이, 일본 파트너의 그 한 마디 앞에서 조용히 멈추는 순간들을.


한국 게임 UI의 논리는 이렇다. 많은 걸 보여줄수록 가치 있어 보인다. 콘텐츠 밀도가 곧 볼륨감이고, 유저가 능동적으로 탐색할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한국 유저는 실제로 그렇게 플레이한다. 일본 게임 UI의 논리는 다르다. 유저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헤매면 안 된다. 기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이 화면에서 해야 할 행동 하나를 명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크고 여백이 많은 UI는 심미적 선택이 아니라 인지 부하를 줄이기 위한 설계다.

한국 팀이 '기능이 많다'고 어필하는 바로 그 화면이, 일본 유저에겐 이탈 버튼이 됩니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는 일본 현지화를 텍스트 번역과 일부 UI 조정으로 접근한다. 그런데 일본 유저 입장에서는 번역이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화면 자체가 읽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이미 피로감이 생긴다. 겹겹이 쌓인 이벤트 배너, 동시에 떠 있는 알림 뱃지, 작은 글씨로 가득한 HUD — 이게 한국 유저에겐 볼륨감이지만, 일본 유저에겐 "어디서 시작해야 하지?"다.


그 미팅이 끝나고 나서, 나는 한국 팀에게 따로 이야기했다. 파트너가 완곡하게 표현한 거라고. 일본식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최대한 배려한 표현이다. 실제 의미는 이렇다 — 이건 우리 유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한국 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 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가요?"


런칭 전에 알았으면 달라졌을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유저 기준으로 화면을 다시 보는 눈이 있었느냐의 문제였다. 한국 팀은 한국 유저 기준으로 충분히 직관적이라고 판단했다. 그것이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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