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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ghtme Dec 29. 2020

연희동 일대 빵집 리뷰

가성비따지는 빵순이의 빵집 투어 

 나는 빵순이다. 여행을 가면 눈을 뜨자마자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빵을 5개씩 먹을 정도로. 최근 코로나로 인해 활동적인 취미를 가질 수 없었는데, 문득 우리 동네에 있는 모든 빵집을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성비를 따지는 나에게 연희동, 연남동 일대에 소위 말하는 인스타 카페의 빵 가격은 너무 비싸게 느껴졌지만, 명예 빵순이에게는 연희동의 모든 빵집을 가봤다는 훈장이 더 값질 것 같았다.

 참고로 내 입맛은 달지 않은 빵을 선호하고, 담백한 빵보다는 생크림이나 크림치즈 등 내용물이 들어간 빵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케익류는 생크림 케익을 가장 좋아하고, 크림이 달지 않으며 단단하기보다 촉촉하고, 빵 시트도 촉촉해서 한입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을 좋아한다. 

 빵집 소개 순서는 요즈음 방문한 일자순이며, 지표는 재방문 의사를 별 다섯 개 만점으로 측정했다.


1. 연희동 도나르스 브레드

 합리적인 가격의 식사 빵 맛집

 제니스 카페 1층에 있는 작은 빵집. 주로 식사 빵 종류를 판매하고, 빵 크기가 큰 편이며 가격은 4-5천 원대다. 아는 사람만 찾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맛집이다. 특히 빵 속과 표면에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 바게트가 일품이다. 또, 다양한 허브와 치즈가 올라간 푸가스는 와인 안주로도 제격이다.


재방문 의사: ★ 



2. 연희동 폴앤 폴리나

프레첼의 신세계를 맛보다

 연희동 구석에 있는 폴앤 폴리나는 버터 프레첼과 치아바타로 유명한 빵집이다. 나는 버터 프레첼(3,300원)만 먹었는데, 빵은 쫀득하면서 안 익거나 질긴 느낌이 없고, 버터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서 짭조름한 게 중독적이었다. 다음에는 치아바타를 꼭 먹어봐야지 다짐했다.


재방문 의사: ★★★★



 3. 연희동 재인

이 가격이면 더 맛있어야 하지 않나

 연희동에서 디저트로 굉장히 유명한 가게다. 토요일 오픈 시간에 방문하면 줄을 길게 서야 한다. 마들렌은 3천 원대, 손바닥보다 작은 케익은 7천원 대다. 친구들과 마들렌 두 종류와 케익 세 종류를 먹어봤는데, 맛있긴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물음표이다. 마들렌은 아주 약간 퍽퍽한 편이고, 케익은 맛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재방문 의사: ★



4. (번외) 연희동 떡의 미학

건강한 맛

 떡의 미학은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떡집이다. 수수부꾸미, 개떡과 두텁떡을 구매했는데, 한 조각당 1-2천 원대로 일반 떡집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직접 농사짓는 농작물로 떡을 만들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이해할 수 있다. 맛은 달지 않고 슴슴해서 건강해지는 맛이다.


재방문 의사: ★



5. 연희동 에브리띵 베이글

아시아 최고 베이글 정도는 되지 않을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베이글 집이다. 베이글은 2,500원, 크림치즈는 1,000원으로 직접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시판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 카페와 견주어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교포 사장님이 뉴욕에서 직접 베이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해외를 많이 다녀본 친언니 말로는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먹어본 베이글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한다. 베이글은 쫀득하며 찰지고, 크림치즈는 묵직하다. 식사 대용으로 먹을만한 베이글도 있고,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조합도 있다. 나는 양귀비씨 베이글과 쪽파 크림치즈 조합을 자주 먹는다.


재방문 의사: ★★★★★



6. 연희동 알레스 구떼

처음 맛보는 쫀득함

 알레스 구떼는 서대문 소방서 근처에 있으며, 주로 동네 주민들이 가는 동네 빵집이다. 동네 빵집이다 보니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큼지막하게 썰린 시식용 빵을 먹을 때부터 다른 빵집보다 쫀득한 빵 맛이 느껴졌다. 다른 빵집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빵이 왜 이렇게 쫀득하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 먹게 된다. 크림치즈가 들어간 빵을 먹었는데, 크림치즈가 정말 듬뿍 들어 있어서 만족했다.


재방문 의사: ★★★★



7. 연희동 하나은행 옆 붕어빵 

피는 얇고 팥은 가득

 내가 알기로는 연희동에서 붕어빵 파는 곳은 여기 한군데이다. 2개 천원으로 약간 비싼 감이 있지만, 맛을 보면 이해가 간다. 반죽은 얇고, 바삭하며, 팥은 가득 들어서 마성의 맛이다.


재방문 의사: ★★★★



8. 연희동 피카니 피카노

식사 빵 느낌의 대파 스콘이 색다르다

 사러가 마트 근처의 피카니 피카노. 네이버 지도에는 있는데, 다음 지도에는 없다. 크기가 작은 에그타르트와 호두 파이가 선물용으로 좋아서 몇 번 들린 경험이 있는데, 대파 스콘을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대파 스콘은 바삭한 느낌은 아니고, 수분이 꽤 있는 촉촉한 질감이며, 밀도가 높았다. 스콘 먹을 때면 목메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가장 그 느낌에 가까웠다. 대파 향도 조금 난다. 가격은 3,800원인데 스콘 크기가 제각각이다. 내가 먹은 정도의 큰 스콘이라면 먹을만하지만, 다른 크기의 작은 스콘이 3,800원이면 비싸다.


재방문 의사: ★★



9. 연희동 르솔레이

이쁘고 색다르지만 비싸다

 유명한 마들렌 맛집 르솔레이. 마들렌은 3-4천 원대로, 세 종류를 만 원에 구매했다. 마들렌 종류가 정말 많고, 이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은 마들렌 하나를 4천 원 가까이 내고 먹을 만큼의 특색은 없었다.


재방문 의사: ★



10. 연남동 빵길따라

맛과 가격 모두 잡은 최애 빵집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빵집이다. 앙버터, 바게트, 파운드, 케익 등등 모든 빵이 다 맛있고, 내용물도 가득 들어있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1개에 4천 원짜리 마들렌을 먹다가, 빵길따라에서 팔뚝만 한 데 크림치즈까지 꽉 찬 단호박 바게트를 3천 5백 원에 사 먹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심지어 마들렌은 2천 원인데, 밀도가 높아서 다른 곳보다 더 맛있었다. 다른 빵집의 거품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빵길따라는 생크림 케익이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케익 시트가 촉촉하고 부드럽고, 크림은 담백하고 달지 않으며 촉촉해서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또, 질리지 않는 맛이어서 입 짧은 친구도 이거 왜 이렇게 잘 들어가지 하면서 한판을 다 먹었다.


재방문 의사: ★★★★★



11. 연희동 피터팬 1978

항상 평균 이상인 빵집

 연희동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으로, 아기 궁뎅이와 단팥빵이 인기가 많다. 팥이 알갱이가 살아있고 달지 않아서, 팥 들어간 빵은 웬만하면 맛있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빵은 다 맛있었다.

 최근에는 앙버터 프레첼(4,000원)을 먹었는데, 프레첼 빵 자체는 질기고 맛있지는 않았지만, 팥과 버터가 가득 들어 있어서 부족한 빵 맛을 보완해주었다.


재방문 의사: ★★★★



12. 연희동 스트란드

빵집 투어 중 빵 먹고 후회하긴 처음

 크리스마스 한정판 빅토리아 케이크가 이뻐서 방문했다. 지름이 15cm인 1호 케익을 6조각으로 나누어, 1조각에 7천 원에 판매한다. 나는 10% 할인할 때 구매했다. 가격에 비해 케이크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당황했는데, 맛도 당황스러웠다. 빵이 맛있지도 않고, 크림도 맛이 없고, 내용물도 부실해서 정말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카페구나 생각했다. 경험을 얻기 위해 빵 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기대에 못미처도 후회한 적은 없었는데, 유일하게 후회하는 마음을 안겨주었다.


재방문 의사: x



13. 독일 빵집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들린 빵집 그대로

 4대째 내려오는 역사 깊은 빵집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외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들렸던 빵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빵과 케익의 종류 모두 옛날 스타일이고, 가격도 저렴하다. 아빠 생일에 독일 빵집 고구마 케익을 사간 적이 있는데, 예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여서 인기가 좋았다.


재방문 의사: ★★★



14. 연희동 연희 양과점

그나마 저렴한 마들렌 집. 선물용으로 좋을 듯

 마들렌과 까눌레는 각각 2,200원, 2,300원으로 다른 가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마들렌과 까눌레의 맛은 평범했지만, 오히려 바삭거리는 식감의 두꺼운 초코칩 쿠키(2,800원)가 맛있었다. 맛도 뒤쳐지지 않고,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여러 개를 사면 할인도 해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다.


재방문 의사: ★★



15. 연희동 에쉬본

두 번째로 만난 인생 케이크

 최소 하루 전 예약 주문만 가능하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케익 전문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딸기 탑이 연상되는 딸기 타르트의 비주얼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크리스마스 케익으로 결정했다.

 지름이 15cm인 1호가 28,000원, 2호는 45,000원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롱한 비주얼에, 속까지 딸기가 정말 많이 들어있고, 생크림도 맛있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각한다. 예약제인 점이  불편하긴 하지만, 다른 기념일에 또 이용하고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가게 중 유일하게 재방문 의사가 있는 곳이다.


재방문 의사: ★★★



16. 연희동 더블유피

조각 케익이 먹고 싶을 때면 찾는 곳

 카페지만 사장님이 아침마다 직접 만든 케익이 정말 맛있다. 1조각에 5,000원인데 크기도 커서, 웬만한 빵집의 조각 케익보다 저렴하다. 티라미수는 크림이 쫀쫀한 편이고, 치즈 케익은 포슬포슬하고 치즈 맛이 강하고, 초코 케이크는 꾸덕한 편이다. 간단하게 조각 케익에 와인 한잔하고 싶은 날이면 더블유피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재방문 의사: ★★★★★



17. 연희동 뉘블랑쉬 베이커리

초코칩 쿠키는 맛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곳으로, 다음 지도 별점이 높아서 방문했다. 역시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았다. 크루아상은 4-5천 원대인데,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여러 층이 파사삭하고 부숴지며 식감이 좋고, 안은 쫀득했다. 하지만 또 생각날 정도는 아니다. 호밀 초코칩 쿠키는 1개 3천 원인데, 초콜릿이 통째로 올라가고, 정말 꾸덕꾸덕하다. 단 게 먹고 싶을 때 이곳의 초코칩 쿠키가 생각날 것 같다.


재방문 의사: ★★



 이렇게 정리해보니 한 달 사이에 정말 많은 빵집을 들렀다는 게 새삼 실감 난다. 기록을 정리해보니,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빵집은 그렇지 않은 가게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쌌지만,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가성비를 따지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만큼 질이 좋고 맛있으면 평가를 높게 하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본 빵집 중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은 두 군데 뿐이었다.

 평소에도 인스타그램 맛집은 가격은 비싸고 사람이 많지만, 음식은 무난해서 잘 방문하지 않는다. 빵집 투어를 결심하면서는 편견일 수도 있다고, 정말 가격만큼 맛있는 빵집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역시 나는 간판이 이쁘고, 내부는 감성이 넘쳐흐르고, 음식의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환호성을 지르게 되는 인스타그램 맛집보다 투박하지만 거품 없는 동네 맛집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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