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계절의 경계
우리 아빠의 죽음은
드라마에서 보던 죽음과는 전혀 달랐다.
드라마 속에서는 누군가가 죽으면
입을 막고 울거나, 소리를 내어 통곡하거나,
누가 봐도 슬퍼 보였다.
그런데 나는 아무 표정 없이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분주하게 기저귀를 갈아주며
그냥 일상을 살고 있었다.
첫째는 밥을 먹이고
둘째는 아기띠에 안은 채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며 울음을 삼켰다.
이 작은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슬픔에 휩싸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 와중에도
아이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혼란은 컸지만,
몸은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아빠가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건 아닐지,
내가 아이들만 챙기는 이 모습을 본다면
아빠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생각은 멈추지 않았지만
몸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첫째 어린이집이 엘리베이터를
내려오자마자 있다는 점이었다.
집에서 도보로 30초면 닿는 거리라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나의 이 모습을 누군가와 마주칠 일도 없었다.
아직 걷지 못하는 둘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을 뿐이다.
우선 경찰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직계 가족이 현장에 와야 한다고 했다.
나나 동생은 가능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어
지금 이 상태로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남편이 대신 가도 되느냐고 묻자,
상의 끝에 경찰관은 동의해 주었다.
나는 아빠와 함께 일하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출근 안 했어?
미리 말해주지.
그럼 더 빨리 알았을 텐데.
아빠가 차 안에서… 죽었대.”
말은 분명 내 입에서 나왔지만
감각은 한 발짝 뒤에 서 있었다.
남편이 사건 현장으로 가고
다시 연락이 오기까지,
시간은 이상하게 처음처럼 늘어졌다.
생각은 많았지만
무엇 하나 또렷하게 붙잡히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한 겹 떨어진 채로
하루를 통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