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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

by 이진리

마음이 혹은 가슴이 향하는 곳으로 가라. 삶의 방향성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적절한 이정표 혹은 괜찮은 응원이 되어줄 수 있는 말이다. 나 또한 이런 말들을 종종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말이 나의 마음을 흔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나는 이 말이 성의 없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특히 20대 때 그랬었다.


왜 가슴 뛰는 곳으로 가라고 하지?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마음 따라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내 멋대로 행동하는 건 안 좋은 일 아닌가? 그때의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내 기준, 나의 20대는 별로 그렇게 찬란하지 않았었다. 20대 초반 나의 하루는 '일어나서 학교 등교 (왕복 4시간), 학교 끝나고 나서 용돈벌이 과외하기, 집으로 돌아와 과제 제출하기'였다.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가치, 이제 막 성인이 된 풋내 나는 성인이 할 수 있는 '놀이'의 요소는 내 일상의 필수 일정이 아니었다. '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대학교 초반부터 나는 이 일상을 곤고히 하려 '애써야' 했다. 문이 하나 닫히면 하나가 열린다고 하던가. 곤고히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도 있다. 우리 집에는 나와 성향이 아예 반대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오빠다. 나와 달리 우리 오빠는 정말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었는데 좋게 말해서 '자유로운 사람'이지 약간은 '트러블 메이커'였다. (물론 선을 넘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런 적은 없다. 오해는 마시길.)


오빠는 정말 20대를 20대답게 보냈다. 집에 안 들어오는 날도 꽤 많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거나, 버스가 끊기면 친구 집에서 잔다거나. 하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왜 집이 아닌 곳에서 자고 오고, 전화는 왜 안 되는지 속이 터질 수밖에. 그때부터 나는 들어주는 게 일인 사람이 되었다. 엄마의 불평을 들으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라도 이 집의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어야 되어야겠다고.


어떻게 보면 모범생으로, 어떻게 보면 아주 재미없게 보낸 대학생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나는 절대 엄마를 원망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엄마가 나를 보면서 좀 덜 슬펐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한 이 '집에 안정감을 주는 일'은 절대 마음이 뛰거나 가슴이 향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했었어야 할 것 같아서 한 것뿐.


돌이켜 보니 나에게 가슴 뛰는 일은 칭찬받는 글을 쓸 때, 그리고 연애뿐이었다. 쉬지 않고 연애를 함과 동시에 동시에 잘 쓴 글을 위한 스스로와 싸웠다. 덕분에 안정적인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배려하는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향상된 글 쓰기 실력으로 웹소설도 써보고, 에세이도 써보게 되었다. 노력하고 세공하며 연마한 기술 덕에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만, 이제 더 이상은 가슴이 많이 뛰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정은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으면 쌓이는 법이라고 했던가. 작년부터 슬슬 치미는 약간의 억울함 같은 게 있었다. 너무 자유롭게 살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이 스멀스멀 나를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억울함을 풀어줄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해 보았고 나는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예술과 문학의 나라인 프랑스로 가게 된다.


프랑스라는 아주 먼 나라에서 일주일이 조금 안 되게 머무른 뒤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다시 한번 유럽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으로 느꼈다. 아, 가슴이 뛴다는 게 이런 거구나. 무엇을 하기 위해, 내 삶을 최선을 다해 보내고, 그곳에 갔을 때 오롯이 즐거워지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마음 따라 뛰는 건 참 멋진 일이 맞는 것 같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 어학연수를 한 번도 안 갔다 온 것에 대해 지금에서야 아쉬워하는 이유는 먼 나라를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여러 에너지, 영감, 세계의 확장 등을 못 겪고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그 억울함을 해소할 방법은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프라하로 갈 날이 한 달 여 밖에 남지 않은 지금. 그곳은 어떨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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