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의 글쓰기 비법 (5) - 완성도 높은 짧은 글쓰기 노하우
'매일매일 하루 한 줄이라도 써라!'
위의 내용은 시중에 판매 중인 글쓰기 책에서 늘 충고하는 바다. 저자들은 한결같이 '꾸준함'을 강조한다. 나 또한 꾸준함이란 우승으로 가는 결승행 티켓이라고 생각하는 바에는 동의하지만 꾸준하게 하는 습관이 잘하게 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꾸준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며 꾸준함으로 잘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이 글쓰기에 원래부터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발굴하지 못했던 경우라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 이 케이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글 근육을 키워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니까. (나 또한 그렇다.) 또한 '꾸준하게 한 줄 쓰기'는 일상의 글감을 찾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한 줄 쓰기는 잘못된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소 소심해진다. 좋은 글쓰기 책을 낸 수많은 저자들을 무시하는 항의가 들리는 것 같아서 괜히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잡게 된다. 유명한 저자 중 누군가가 나의 뒤통수를 세게 갈길까 두렵지만, 부디 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봐 줬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보아라!'
완성이라는 말 때문에 이 미션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미션 속 어디에도 분량 제한은 없다. 단지 문장이었던 것을 조금 더 길게 풀어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줄의 메모로 일상의 글감을 찾았다면 그걸로 긴 글을 쓰는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 짧은 글쓰기 과정은 내가 여는 글쓰기 클래스의 필수 과제다. 수업할 때는 수강생, 브런치에서는 독자분들인 나의 소중한 분들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너무 잘 알기에 몇 가지 Q&A로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Q. 소재는 어디서 구하나요?
A. 이 질문, 생각보다 꽤 많이 들어온다.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소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꽂힌 소재가 있다면 그걸로 하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그게 없을 경우를 대비해 내가 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내주는 소재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리창, 저울, 햄버거 등등. 주로 구체적인 단어형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구체적 단어형에는 물성이 있기 때문에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이미지성과 그 물체의 쓰임이라는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수강생들이 그 소재를 만져보고 느끼며 관찰할 수 있다.
Q. 선생님만의 소재 구하기 노하우가 있나요?
A. 이런 질문이 나오면 너무 반갑다. 나는 벌써부터 내 노하우를 가르쳐 주기 위해 심장이 빠르게 뛴다. 나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다. 그건 바로 단어를 발굴하는 습관이다. 적당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나는 새로운 단어를 수집한다. 수집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책을 한 권 펴고 필사를 하고 며칠 뒤 그 필사 노트를 다시 본다. 그중에서 내가 오늘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단어들을 고른다. 그리고 그걸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ex. 실제의 예 - 2023.04.06 수집 단어
안내, 터지다, 살갗, 영혼
-> 수집 기준 : 근 2주 내, 내 글에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기 때문에
Q. 어디까지 써야 하나요?
A.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지만 그게 버겁다면 '기' 부분, 즉 내용이 시작되는 부분만이라도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Q. 그래도 최소 분량을 정해주세요
A. A4 기준 다섯 줄 정도는 써보시길.
Q. 한 편의 글을 완성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떤 형식으로 쓰면 될까요?
A.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실제 글쓰기 클래스 때,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글 쓰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드린다.) 소재는 위에서 수집했던 안내, 터지다, 살갗, 영혼 중 '안내'라는 단어로 하겠다.
나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맞은편, 우회전 차는 차량이 나를 겨냥한 클락션을 세게 울렸다. 원래 차량의 세계는 욕설과 반박하는 욕설로 이루어져 있다지만 나는 순순히 그 비난을 받아들였다. 신호등의 안내를 제대로 받아내니 못한 내 잘못이니까. 하지만 조금은 변명하고 싶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멈춰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점점 느려지는 중이란 말입니다!. 이걸 교감 신경 둔화라고 하던가. 고로 나는 이 모든 게 노화의 잘못 때문이라고 발뺌하고 싶어졌다. 나는 문득 차를 운전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는 5분도 안 되어 쳐낸 글이다. 우선 나는 안내라는 단어에서 신호등이라는 더 구체적인 소재를 뽑아냈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제법 나이가 있으며 노화로 인해 반응 속도가 느려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자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여기까지가 시작 부분이다. 인물에 대한 힌트, 그리고 우리는 이 인물이 노화로 인해 무언가 사건을 맞게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은 소설, 에세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제 당신의 글을 완성할 차례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걸 너무너무 좋아한다. 특히 타인의 글을 보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나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긍정적인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생들 또한 내게 글을 보여주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 타인이 쓴 긁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 혹은 생각을 잃는 일이다. 완성도 있는 많은 글을 읽을수록 나는 너무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