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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un 07. 2022

공학적 그리움

the dragging and the folding

1

그리움의 중력장에서

선형 공간은 비선형 공간의 응용을 위한 가설의 근사 공간이다


가설의 공간에서

유클리드의 직선은 A와 B사이의 최단 경로다


그러나

우주는 철저히 비선형 공간이다

그곳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갈망이 직선을 그리는 것은

휘어지면 더 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중력에

시간이 늘어지고

공간이 휘는 날이 있다


A는 직선보다 짧은 경로로

시간을 붙잡고

미끄러지듯 B에게 달려간다


2

긁음,

형체를 종이 위에 긁으면 그림이 되고

종이 위에 문자를 긁으면 글이 되고

마음에 그것들을 긁으면 그리움이 된다


중력,

질량체가 같은 경계의 공간에서

공존하는 다른 질량체를 당기는 힘이다


저마다의 긁어서 당겨지는 힘들이 있


간절하면 긁어서 당기고

애절하면 휘어서 접는다


3

그리움은,

마음의 경계 구석에

깊숙이 긁힌 

먼 기억 속

먼 거리로

시간을 당기고 (dragging)

공간을 접어서 (folding)

'함께'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간절하고 애절한 미완의 해법(open solution)이다




Photos:

under the bean

Millennium Park

Chicago, Illinois


그리움은 그림과 글처럼 '긁다'라는 동사의 변형이라 한다.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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