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찬 Jun 16. 2024

기후 위기 시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여름이 걱정되다]


6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바깥은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밖이 더워질수록 사무실, 백화점, 은행 등 실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간은 늘어나고 거리에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에 아이스 음료를 담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여름의 초입에 들어서는 지금부터 벌써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해가 지날수록 기록적인 폭염과 장마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예견한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공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친환경 시대를 지나 '필환경' 시대에 살고 있다.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만 삶의 터전을 지켜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미비한 게 현실이다


기후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국가 간 협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이면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주변에서 종종 하는 말이 있는데, '그런다고 안 변해'란 말이다. 그래도 무겁지만 들고 다니고, 종이컵을 주는 식당에선 밥그릇에 물을 따라 마시곤 한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는 내게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한 사람이 일회용품 하나 덜 쓴다고 세상이 확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의 편리를 누리는 사이, 누군가는 기후재난으로 생계를 잃고 생존의 위협까지 겪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내 행동 하나하나에 걸려있는 연결고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파괴되어 왔을까. 또 내가 버리는 물건들은 앞으로 어디로 가 어떤 다른 것에 쌓이게 될까.


연결된 고리의 끝에는, 쓰레기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젠 그들 고통이 가까운 이웃집의 고통처럼 느껴진다. 이웃의 범위가 넓어졌더니 더는 과거처럼 모르는 척 살아가기가 어려웠다. 


나 또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한 명의 완벽한 환경운동가보다 어설프게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열 명의 사람이 낫다'는 믿음 아래, 내가 지구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소개해 보겠다. 


텀블러 사용과 클렌징바 사용, 배달 음식 줄이기 등 아래 내용은 처음엔 실천하기 어려웠지만 습관이 되니 오히려 내게도 유익한 점들이 많았다. 지구를 위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구를 위해 내가 행동하는 것들]


1. 반려 텀블러 사용하기


외출할 때는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길어야 1시간 사용되고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이 수북이 쌓이는 데에 나마저 하나를 더하기는 싫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500원 등 자주 할인도 받고, 냉기도 오래가서 좋다.


4년 된 나의 애착 반려 텀블러가 있는데 이름을 '텀텀이'라고 지어 줬다. 신기하게 이름이 생기니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게 신경 쓰여서(?), 가급적 외출할 땐 꼭 함께 나가고 있다. 집에 하나씩 있는 텀블러, 좀 오글거리더라도 이름 한 번 붙여보길.

4년째 사용 중인 반려 텀블러


2. 샴푸바, 린스바, 클렌징바 사용하기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을 줄여보고 싶었다. 욕실을 차지한 플라스틱 통들을 없앴다. 생각보다 가능한 일들이 많았다.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욕실용품을 바꿔보았다. 생긴 건 비누인데, 샴푸, 린스, 클렌징폼의 기능을 하는 바(bar)들이 시중에 이미 많이 있었다.


이런 바(bar)는 보통 종이 상자에 포장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사용 뒤에도 버려지는 쓰레기가 거의 없다. 욕실 플라스틱을 치우니 청소도 편해지고, 괜히 두피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클렌징바,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없다.


3. 가급적 천 기저귀 사용하기


내가 직접 아기를 키워보기 전까진, 기저귀를 이렇게나 많이 사용하는지 몰랐다. 하루에 7~8개씩 사용한다 치면 한 달 240개, 1년 2800개... 두 돌에 기저귀를 뗀다고 해도 너무 많은 일회용 기저귀가 버려진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 집 한 살 아기는, 밤잠 잘 때나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천 기저귀에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아 아기 건강에도 더 좋다. 사용한 기저귀는 매일 저녁 한 번에 몰아 세탁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용이 번거롭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 기저귀를 한 아기의 엉덩이는 정말 귀엽다.

천 기저귀를 찬 아기의 엉덩이, 아기도 일반 기저귀보다 천 기저귀를 더 좋아한다.


4. 박스 테이프로 먼지 제거, 재사용 할 수 있는 건 재사용하기


택배 박스를 뜯으면 생기는 테이프들로 방바닥에 붙은 먼지를 떼면 편리하다. 각종 비닐도 재사용할 곳이 많다. 특히나 한국에선 뭐 하나만 사도 비닐봉투가 여러 장 생기는데, 이런 걸 바로 버리지 않고 강아지와 산책할 때 배변 봉투 등으로 재사용하면 좋다.


특히 다 먹은 아기 간식이 들어있던 봉투는 밀폐력이 좋아 음식물 쓰레기를 담는 봉투로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한번 사용하고 버려질 것들을 재사용하여 물건들의 수명을 늘려주면 새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5. 다회용기 내기, 배달 음식 줄이기


음식을 포장해 올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쓰레기가 안 나오고 좋다.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좀 더 많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을 시켜 먹고 싶어도 다회용기로 배달 주는 곳이 적어서 아쉬울 때가 많다. 요즘은 중국집도 사무실 같은 곳이 아니면 다 플라스틱에 담아서 배달한다.


아파트 분리수거일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무덤'을 차지하는 것들이 대부분 배달 용기인 것을 보고, 나 하나라도 배달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회용기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는데, 전국에서도 확대 시행됐으면 좋겠다.

여행지 시장에서 떡볶이를 용기에 포장했다.


6. 대나무 칫솔 사용하기


대나무는 빠르면 하루에 1m씩 자라기도 하는 천연 자원이다. 평생 사용하는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로 바꾸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대나무로 된 칫솔을 써보니, 대나무 손잡이와 헤드부분은 생각과 다르게 불편함이 없었다. 요즘엔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땐 대나무 칫솔을 주곤 한다.

집에서 사용 중인 대나무 칫솔, 칫솔꽂이 역시 머스타드가 들었던 유리병을 세청하여 재사용 중.


7. 물티슈 사용 대신 행주, 천연수세미 사용하기


일반 물티슈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는 알게 된 뒤 놀랐다.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지 무서울 정도였다. 이제는 집에선 물티슈 대신 행주를 사용하고, 물티슈가 꼭 필요한 상황엔 종이로 만들어진 물티슈를 쓴다.


또 설거지할 때 사용되는 일반 수세미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하수구로 배출되어 생태계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천연수세미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식물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는 거라 환경에 무해하며 거품도 잘나고 세척력도 우수하다. 물론 설거지 세제도 설거지 바(bar)를 사용 중이다.

물티슈 대신 사용하는 행주
설거지바와 쳔연 수세미


[기후 위기 시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나는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긴 시간을 지구에서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중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남겨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일 텐데, 그동안은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빌려와 지나치게 현재의 편리만을 추구해 온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작게라도 행동하면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훗날 역사가 이 시대를 조명하게 될 때 무책임한 어른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기후에 책임을 갖고 행동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잃어버린 돌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