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뽀글이'는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흔히들 샴페인=스파클링 와인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샴페인'은 오직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엄격한 기준에 맞게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한다. 그 밖에도 스페인의 까바, 프랑스의 크레망, 독일의 젝트, 이탈리아의 프로세코 등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이 있으니 취향 따라 즐기면 된다.
스파클링 와인을 얘기할 때 덧붙이고 싶은 말은 반드시 비싼 와인이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 와인에 적용되지만 스파클링을 마실 때 오직 값비싼 샴페인만 찾는 분들을 주변에서 꽤 보았기에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이름만 들어도 딱 알만한 샴페인들의 가격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할만큼 몇 십 단위는 우습게 훌쩍 넘는 것들이 많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얼마든지 이런 와인을 즐겨도 좋지만 이보다 가성비 있게 충분히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이 차고 넘친다. 맛도 만족스럽고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샴페인 중 비교적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가성비 좋았던 와인들은 '드라피에 까르뜨 도르'와 '당장 페이'였다. 둘 중 '당장 페이'는 3만원 후반대, '드라피에 까르뜨 도르'는 5만원 중반으로 구입했는데 둘 다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주었다. 이 와인들은 10만원 중후반대 샴페인들에도 크게 밀리지 않아서 자주 구입하고 있다.
이 중 드라피에 샴페인은 프랑스의 전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 즐겨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에도 프랑스 대통령 관저에 공식 납품되고 있어 그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눈에 확 띄는 노란색의 상큼한 레이블과 '황금카드'라는 이름 덕분에 '골드 카드'라고도 불리어 연말을 잘 마무리하고 황금처럼 빛날 새해를 맞이하기에 적격인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새해를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는 와인으로는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을 추천한다. 그 중 '칸티나 자카니니 체라수올로 다부르쪼'는 새해에 마시기 좋은데 이탈리아 움브리아와 토스카나에서 많이 재배되는 이탈리아 토착 레드 품종인 '몬테풀치아노'만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핑크빛을 띤 로제 와인이다. 과하지 않은 산도와 드라이한 맛, 베리류의 달콤한 향이 어우러져 호불호 없이 즐기기에 좋다. 그런데 이 와인을 연말 연초에 마실 것을 추천한 이유는 그 맛이나 색 때문만은 아니다. 이 와인을 이 시기에 마시면 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병에 달린 독특한 장식 때문이다.
이 와인 병에는 포도나무가 노끈으로 묶여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포도나무는 '액운을 막고 행운을 가져온다'는 의미가 있다. 한 해를 잘 지냈다는 뿌듯함과 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1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시작하는 한 해의 첫 순간을, 액운을 막아주는 로제 와인과 함께 한다면 핑크빛 처럼 아름다운 새해를 보낼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마구 마구 들지 않을까.
새해에 어울리는, 몬테풀치아노로 만든 이탈리아 와인을 하나 더 소개하면, '인 앤 아웃, 콜리프리시오'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설립된 콜리프리시오 와이너리는 현대적인 양조 기법과 떼루아(와인이 생산되는 곳의 토양과 기후 등)의 매력을 살린 유기 재배를 지향하여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중 '인 앤 아웃'의 레이블은 새해를 더욱 빛내주기에 적격이다.
이 와인의 레이블에는 눈길을 확 끄는 황금 잉어가 양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잉어'가 어떤 동물인가. 예로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출세와 성공, 다산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겼던 영물이 아닌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크게 출세한다'는 뜻을 가진 '등용문' 역시 잉어와 관련이 있다. 중국 황허강 중류의 섬서성과 삼서성 사이의 '용문'이라는 협곡은 물살이 세차고 빠르기로 유명한데 그 어려움을 이기고 기어이 이 곳을 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등용문'이다. 관직을 통과해 출세하면 재물과 명예를 모두 갖는 것이니, 이런 이야기를 알고 이 와인을 마신다면 병 위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황금잉어가 승승장구하는 한 해를 보내게 해 주는 행운의 상징처럼 보일 것이다.
내친김에 레이블이 새해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하나 더 소개하려 한다. 아르헨티나는 광활한 팜파스 덕분에 축산업이 발달하여 '사람보다 소가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값싸고 질좋은 고기가 많이 공급되는 만큼 국민들의 소고기 사랑도 대단하여 소고기 소비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아르헨티나는 가성비 뽐내는 와인 또한 많이 생산하고 있어 미식가들을 흡족하게 할 식도락 여행지로 참 좋은 곳인데, 여기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품종의 와인들 중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로 잘 구워진 소고기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품종은 단연코 말벡이다.
어두운 보라빛과 묵직한 바디감을 보이는 말벡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 줄 타닌과 산도 또한 풍부하여 말그대로 소고기를 '꿀떡꿀떡' 술술 넘어가게 한다(무엇보다 말벡은 우리 부부가 참 좋아하는 품종이기에 유난히 마음이 간다). 언제 마셔도, 무엇을 마셔도 그 값어치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지만 연말&연초에는 안티갈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안티갈, 우노 말벡'을 추천한다.
연말과 신년 모임의 단골 메뉴가 고기 요리인 것도 말벡을 마시기에 충분한 이유이지만 이 시기에 더욱 이 와인으로 손길이 가는 까닭은 병에 뚜렷하게 붙여져 있는, 철로 만든 '1'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와인의 이름인 '우노(UNO)'는 스페인어로 '1'을 의미하는데, 짧지만 강렬한 이름은 새해의 첫달, 1월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내가 첫 번째가 되는,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아, 기분좋게 새해를 맞이하기에 참 적절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와인들은 연말, 연초에 기분 좋게 해넘이 해맞이를 하기 위해 마셔도 좋고, 소중한 분들께 선물하기에도 적합하다. 선물용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와인들은 많지만 일년에 한 번 뿐인 1월에 마셔야만 하는 그 이유를 스토리로 들려주며 선물한다면, 받는 분은 그 정성과 특별함에 더욱 감동받지 않을까.
크리스마스에 연말, 새해까지 이벤트가 몰려있는 시기이다보니 겨울에 마시기 좋은 와인 이야기를 다음편에 한 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연인들을 위한 날인 발렌타인 데이가 2월에 있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그 날, 와인이 빠질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