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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Jul 04. 2021

끔찍한 피의 기록, '랑종'

영화 '랑종' 리뷰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집필한 태국 호러영화 '랑종'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한 공포감 속으로 관객들을 몰아넣는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신작 영화 '랑종'이 언론배급시사에서 지난 2일 공개됐다. 이 영화는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기록을 밀착해서 담아냈다. 태국이란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이름도 생경한 귀신과 신내림을 받은 랑종(무당),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마주한다.            

[사진=㈜쇼박스]

◆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리얼리티 극대화…최고의 배우들 열연


'랑종'은 나홍진 감독이 집필한 원안의 이야기를 태국으로 옮기면서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을 배경으로 태를 이어온 랑종 님(싸와니 우툼마)은 형부의 장례식에서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상 증세를 눈치채고 빙의의 기운을 알아차린다. 님의 언니 노이(씨라니 얀키띠칸)는 '바얀 신'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랑종의 운명을 피해갔지만 딸의 상태가 나빠지자 전전긍긍한다.


카메라를 든 촬영팀이 랑종 님에 관한 다큐를 찍는 설정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님의 가족인 밍에게 빙의 증세가 나타나자 그를 밀착 기록하기 시작한다. 밍은 밝은 성격이었지만 점차 신병을 앓는 것처럼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자신을 잃어간다. 귀신이 깃들어 스스로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괴이한 행동을 일삼는 밍을 보며 관객들은 충격에 빠진다.            

[사진=㈜쇼박스]

님 역의 싸와니 우툼마는 누가봐도 실제 랑종으로 보일 정도로 역할과 일체화된 모습이다. 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빛나는 눈동자, 단호한 행동들은 밍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를 드러낸다. 밍 역의 나릴야 군몽콘켓은 매 신에서 도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접신된 채로 벌이는 기괴하다못해 끔찍하고 충격적인 행동들은 모두에게 최악의 공포감을 선사한다. 


◆ 기묘하고 끔찍한 장면의 연속…해석과 해설이 무의미할 정도


할머니 대부터 이모를 거쳐 바얀 신을 모신 님과 달리, 언니 노이는 신내림의 운명을 거부했다. 남편의 집안도 계속해서 남자들이 죽어나가는 괴이한 일을 겪는다. 급기야 아들인 맥이 단명하고 밍에게는 빙의 증세가 나타난다. 맥의 죽음에 밍이 관련된 것을 비롯해 운명을 거부한 대가치고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끔찍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사진=㈜쇼박스]

님은 밍의 증세를 일찌감치 알아챘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모든 자연에는 신이 깃들어있고, 좋은 신과 나쁜 신이 있어 둘을 구별한다는 건 무당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가문의 죄와 노이의 업보로 온갖 악귀들을 품게된 밍의 저주는 주변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CCTV에 찍힌 밍의 괴행동은 다소 역겨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끔찍하며 뒤늦게 귀신의 입에서 폭로되는 가족의 비밀도 묘한 거부감을 더한다.


영화 속 랑종이라고 불리는 무당의 존재와 신내림, 자연에 깃든 영혼 등 우리나라의 샤머니즘과 별 다른 점은 없다. 그럼에도 충분히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문화가 주는 감흥이 분명히 있다. 서양 오컬트 무비와는 다른 동양의 샤머니즘, 초자연적인 존재를 향한 공포감을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9금 판정을 이끌어낸 여러 장면들은 숨이 멎을 듯한 리얼한 스릴과 공포감을 섭섭지 않게 안겨준다. 청소년관람불가. 오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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