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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Jul 05. 2021

사랑을 모르고 의심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리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더없이 참신한 로봇 설정으로 세상의 모든 사랑을 들여다본다. 사랑을 모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은 가장 인간적인 '헬퍼봇'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


초특급 흥행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현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앞서 전미도, 전성우, 정문성, 박지연 등 최고의 배우들이 거쳐간 자리에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번 시즌에는 신성민, 임준혁, 정욱진, 홍지희, 해나, 한재아 등이 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또 다른 시작의 가능성을 노래한다.            

2021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사진=CJ ENM]

◆ 관객들이 사랑한 창작뮤지컬…'이토록 인간다운' 신성민·홍지희 로봇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로 매 시즌 관객의 호평과 흥행을 이어온 창작뮤지컬이다. 2044년을 배경으로 인간들을 돕기 위해 탄생된 '헬퍼봇' 올리버(신성민)와 클레어(홍지희)는 낡은 헬퍼봇 아파트에서 산다. 전 주인을 그리워하는 올리버와 제주도에서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레어는 우연히 친구가 되고 함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신성민의 올리버는 약간은 외골수인 로봇인데다 겁도 많지만 소중히 여기는 것에 모든 진심을 쏟아붓는 순수한 캐릭터다. 전 주인과 헤어진 후 그의 취미를 여전히 즐기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즐기며 안정감을 찾는다. 클레어를 만난 뒤로는 조금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면, 전 주인을 향한 뜨거운 우정, 클레어를 생각하는 진심 어린 마음까지 관객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무대에 가득 흘러넘치는 올리버의 감정이 순식간에 객석으로 전이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021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사진=CJ ENM]

클레어 역의 홍지희는 작지만 아주 야무진 로봇이다. 올리버보다 최신 버전이지만 내구성이 약해 조금 빠르게 기능을 잃어간다. 전 주인과 진심을 나눴던 올리버와 달리, 클레어는 과거 경험에 의존에 사랑을 의심하고 올리버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자"고 제안한다. 극 내내 홍지희의 통통튀는 로봇 말투와 제스처,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돋보인다.


◆ 참신하기 그지없는 로봇 설정…모든 형태의 사랑을 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초연 당시부터 베테랑 배우들과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단단히 끌었다. 특히 로봇 설정 자체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사랑의 감정이 프로그래밍 된 적 없던 로봇들이 별 수 없이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 그 어떤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2021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장면 [사진=CJ ENM]

사랑을 느낄 수 없게 설계된 로봇 설정은 마치 사랑을 몰랐던 어린 아이가 사랑을 알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또 어느 순간 낡아 멈춰버릴 로봇의 운명은 수명이 다하는 인간의 삶이나 이별의 상황을 맞이하는 이들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모든 사랑의 형태와 과정을 로봇 설정으로 인해 한 공연 안에 넣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새롭게 느껴진다.


특별히 올리버의 과제를 통해 클레어가 사랑의 본질을 깨닫고, 클레어의 과제를 통해 올리버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는 연출도 눈에 띈다. 결국은 어떤 형태나 과정에 있다고 해도 사랑을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고 용기가 없어도 사랑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아주 참신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결말 역시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연기하는 배우와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여지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9월 5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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