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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Aug 21. 2021

세븐틴 도겸, 아더의 성장담 '엑스칼리버'

뮤지컬 '엑스칼리버' 리뷰

압도적인 스케일과 웅장한 무대, 아름다운 넘버로 무장한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초연의 신비로운 색채는 다소 빠졌지만 이번 시즌에선 현실적인 아더의 성장담이 돋보인다.


'엑스칼리버'가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무사히 개막했다. 김준수, 카이, 서은광, 도겸 등 최고의 캐스트로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넘버를 5곡이나 추가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고대 영국의 신비롭지만 생경한 분위기는 누르되, 캐릭터들의 관계성은 더욱 살렸다.

[사진=EMK뮤지컬컴피니]

◆ 아더왕 서사 대중적으로 재구성…주인공 도겸, 뛰어난 기량 발휘


'엑스칼리버'는 고대 영국의 아더왕 이야기를 토대로 마법과 전설, 샤머니즘의 시대에서 유일신과 인간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에 나타난 왕 아더(도겸)의 성장담을 그린다. 앵글로색슨족이 바다를 건너 대륙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버려졌던 모르가나(장은아)는 그들에게 합류하게 되고, 뒤늦게 아더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아더 역시 드루이드교 마법사 멀린(민영기)에게 자신의 운명을 듣고 고뇌에 빠진다.


초연에 이어 아더 역을 맡은 세븐틴 도겸은 뮤지컬 배우로도 손색없는 뛰어난 가창력, 풍부한 성량으로 객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한 차례의 경험 덕분에 자신감과 안정감이 넘친다.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시절부터 아버지를 잃고 분노에 휩싸인 아더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 형의 죽음 앞에서 검을 차마 받아들지 못하고 웅크리는 모습에선 순식간에 모두의 공감과 눈물을 이끌어낸다. 마치 뮤지컬이란 장르에 도전하는 실제 도겸과 왕의 운명을 두려워하지만 받아들이고, 성장해나가는 아더가 꼭 닮아있다.

[사진=EMK뮤지컬컴피니]

아더 다음으로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는 역시 모르가나다. 초연 때부터 귀를 찢을 듯한 고음과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사랑받은 캐릭터로, 재연에서도 활약이 대단하다. '엑스칼리버'에서 가장 큰 박수가 쏟아지는 순간은, 바로 모르가나의 대표 넘버 '아비의 죄'가 끝난 후다. 강태을 역시 랜슬럿 역으로 탄탄한 가창력과 믿음직한 연기력으로 '엑스칼리버' 무대를 든든히 받친다.


◆ 용은 사라지고 부자관계 강조…액션·넘버·서사의 조화 돋보여


재연 '엑스칼리버'에서는 연출이 바뀌면서 오프닝부터 초연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바뀐 부분을 요약하자면, 신비롭고 추상적인 요소들을 지우고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명들을 신과 대사를 재구성해 덧붙여 넣었다. 왕의 운명을 타고 난 아이, 용의 기운을 품은 탓에 끓어오르는 분노 같은 비현실적 요소는 대부분 삭제됐다. 무대를 가득 채웠던 용의 형상은 사라지고 주술과 마법을 형상화한 레이저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사진=EMK뮤지컬컴피니]

특히 이번 시즌엔 오프닝부터 바뀐 장면과 넘버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아더를 키운 아버지 액터와 관계성을 강조하면서 아더에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전쟁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개연성을 정비했다. 자연히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조금 더 쉽고 대중적인 이야기로 다가가는 효과가 극대화됐다. 다만 초연의 신비롭고 독특한 색채가 빠진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엑스칼리버'를 살아 숨쉬게 하는 건 역시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음악이다. 도겸, 강태을, 장은아, 민영기 등 최고의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열연은 캐릭터와 무대, 모든 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 피의 전쟁,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공연을 보며 다채로운 감정에 빠져들어 울고 웃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는 11월 7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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