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이선균 주연 영화 '잠' 리뷰
정유미, 이선균 주연의 영화 '잠'이 갑작스레 닥쳐온 위기 앞에 선 두 사람이 믿음을 잃어가고 회복되는 과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오는 9월 6일 개봉하는 '잠'은 유규선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칸이 사랑한 배우 이선균과 함께 정유미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 영화다. 수면 중 장애로 위기에 봉착한 부부가 어떻게 관계를 지켜나가는지를 낯설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잠'…공포에 휩싸인 정유미의 낯선 얼굴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수진은 매일같이 심해지는 현수의 몽유병에 점차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그의 엄마는 부적을 가져오며 무속의 힘을 빌리자고 제안한다.
정유미는 '잠'에서 그간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대중에게 낯선 얼굴을 꺼내 보여준다. 침착하고 사려 깊은 듯한 행동과 표정 뒤에 가족을 지키려는 강력한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수면클리닉 의사를 믿지 못하게 된 순간부터 마지막 광기 어린 프레젠테이션 순간까지 남편 현수와 아이를 지키겠다는 집념이 눈빛에 어려있다.
현수 역의 이선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면 장애에 시달리며 보기에도 끔찍한 행동으로 아내 수진과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나아지지 않는 질환은 수진과 사이를 갈라놓고, 가정의 위기를 가져온다. 혼자서 해결해 보려 애를 써도 쉽지 않다. 마지막 순간 수진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는 선택에선 그 역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믿음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현수의 수면장애는 매일같이 피해 갈 수 없는 잠자는 순간이 견딜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스릴러적 매력이 극대화되는 소재다. 심지어 아이를 낳은 수진이 밤마다 느끼는 위협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해쳐야 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두려움이다. 관객들은 수진에게 몰입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결국 수진이 택한 방식은 말하자면 외부의 적을 만드는 일이다. 실체 없는 어려움과 맞서고 둘 사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죽은 아랫집 할아버지를 지목한다. 남편이 아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깨져버린 믿음을 자신에게 동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울부짖는 그의 얼굴은 묘한 광기와 확신에 차 있다. 수진의 방식도, 현수의 선택도 결국은 서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단 점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독특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