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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Nov 26. 2020

가만히 돌아보는 아픈 사랑의 추억, '베르테르'

규현·김예원 출연 뮤지컬 '베르테르' 리뷰

뮤지컬 '베르테르'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을 환기시킨다.


20주년 기념 '베르테르'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코로나19를 뚫고 우여곡절 끝에 공연됐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개막일을 조정하고, 거리두기 좌석으로 재예매를 한 끝에 철저한 방역 속에 힘겹게 막을 올렸다.            

[사진=CJ ENM]

◆ 20년 노하우와 세련된 미술효과…감성이 가득한 무대


'베르테르'는 독일의 천재 작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만큼,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작품이자 유수의 배우들이 모두 거쳐간 무대. 이번 무대엔 초연의 엄기준을 비롯해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가 베르테르 역을 맡았다. 김예원, 이지혜, 이상현, 박은석 등 든든한 캐스트들도 합류했다.


규현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베르테르로 서며 안정적이고 따뜻한 감성으로 인물을 그려냈다.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에 올인하고, 비극적인 소식에 아파하는 베르테르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여심을 울린다. 롯데 역의 김예원은 브라운관에서 더 친숙한 배우지만, '복면가왕'을 통해 꾀꼬리 같은 노래실력을 뽐낸 바도 있다. 이번 무대에서 역시 그의 섬세한 감성과 연기를 제대로 발휘했다.            

[사진=CJ ENM]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를 맡은 이상현은 묵직하고 믿음직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별히 극 전반적으로 사용되는 꽃과 시, 발랄함을 간직한 화이트 의상들이 서정적인 감성을 배가시킨다. 섬세한 연출과 미술적 효과 덕에 '금지된 사랑'의 비극성보다 순수한 사랑의 아픈 결말이 더 와 닿는다.


◆ 괴테의 소설 구절 인용한 대사와 가사…은은한 감동에 젖고 싶다면


무엇보다 '베르테르'에서 뛰어난 점은 따뜻함과 서정성을 강조하는 실내악 오케스트라의 협연이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를 중심으로 흐르는 선율은 극 초반 발랄한 분위기는 물론, 베르테르의 끝없는 절망도 담백하게 표현한다. 여기에 괴테의 원작 구절을 인용한 가사와 대사들이 얹혀 아름답기 그지없는 넘버들로 구현됐다.

[사진=CJ ENM]

'베르테르'에서는 그저 사랑을 한 것뿐인데, 각자의 괴로움에 고통스러워하는 젊은 남녀들이 가득하다. 과거의 어느 때엔 밝고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던, 저마다의 아픈 사랑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세대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만한 고전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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