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와 함께 나뒹굴며, 다 이뤘다

강동원·김윤석 주연 영화 '전우치' 리뷰

by belle

한국형 히어로 무비는 의심의 여지없이 '전우치(2009)' 전과 후로 나뉜다. 좌충우돌 전우치의 모험으로 혼을 쏙 빼놓으면서도 곧게 세운 영화의 주제의식이 마지막까지 빛난다.


판타지 히어로 사극 '전우치'는 개봉 후 10년이 지나서도 강동원의 대표작으로 회자된다. 당시 이미 영화계 거물이었던 최동훈 감독과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500년 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신선과 요괴가 등장하고 도술을 연마하는 전우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CG 효과와 화려한 와이어 액션은 시각적 만족감을 보장한다. 숱하게 깔린 복선을 하나씩 회수하면서도, 중심을 단단히 잡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

common (4).jpg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전우치와 함께 나뒹구는 스토리…강동원·김윤석·유해진이 그려낸 생동감


조선시대 신선들은 전설의 피리가 요괴들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화담(김윤석)에게 요청해 요괴를 잡으러 다닌다. 천관대사(백윤식)의 망나니 제자인 전우치(강동원)가 진정한 도사가 되고자 청동검을 찾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이들과 얽히게 되고, 피리는 반쪽으로 잘린다. 이후 전우치는 스승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반쪽 피리와 함께 500년간 그림 속에 갇힌다. 2009년 서울, 봉인된 요괴들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다. 세 명의 신선은 다시 모여 요괴를 잡기 위해 그림 속 전우치를 불러낸다.


전우치 역의 강동원은 극 중 인물의 개구진 캐릭터와 별개로, 영화 속에서 온몸으로 날고 구른다. 몇십 개의 와이어를 타고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매사에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유쾌하기 그지없다. 귀엽고 작은 얼굴에 긴 기럭지로 쉴 새 없이 허우적대지만, 봉과 검을 휘두르는 몸짓은 단단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강동원이 전우치 같고, 전우치가 강동원 같다.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주인공으로서 든든함을 안기며 영화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

common (5).jpg [사진=CJ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은 화담 역으로 매 신에서 화면을 장악하고 지배한다. 주인공은 전우치지만, 화담만은 스스로가 주인공인 것처럼 굴고 또 그렇게 믿게 한다. 초랭이 역의 유해진 역시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액션신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빠르고 방정맞은 말투로 유머 코드를 풍성하게 하고, 전우치와 콤비 호흡도 완벽하다. 어쩐지 약간 혼을 빼놓고 다니는 듯한 서인경 역의 임수정도 돋보인다. 과거부터 자신의 정체를 알지도 못한 채 전우치와 자꾸만 이어지는 묘한 인연. 알쏭달쏭한 인물 자체의 뉘앙스를 잘 살려냈다.


◆ 곳곳에 깔린 복선 효과와 탄탄한 짜임새…끝까지 반짝이는 주제의식


전우치는 '최고의 도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청동검과 거울을 찾으려던 중 화담, 요괴들의 싸움에 휘말린다. 그렇게 500년 전과 현재, 현실과 그림 족자 속 세계를 오가며 도술을 펼치고 결과적으로 뜻하던 바를 이룬다. 이 영화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전우치와 함께 끊임없이 나뒹군다. 그러면서도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지 않는다. 천방지축 전우치의 모험과 수난, 액션 장면들이 혼을 쏙 빼놓지만 문득, 깔려있던 복선을 회수하며 잠시 잊고 있던 바를 일깨운다.

common (3).jpg [사진=CJ엔터테인먼트]

특히나 다양한 사건 속 수많은 복선들을 깔아 둔 감독의 치밀함은 기분 좋은 충격의 연속이다. 낮잠에서 깨어난 전우치가 "꿈속에서 그 여인과 키스를 했다"고 말는 장면이 플래시백으로 등장할 때, 관객들은 잠시 아리송하다가도 번뜩 정신을 차린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거쳐가며 마음을 비우는 법을 자연스레 깨닫는 전우치처럼, 좌충우돌 에피소드 속 감독은, '어차피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는 주제의식을 점차 또렷이 하고, 오롯이 세운다.


떡밥(?) 회수가 '전우치'가 주는 즐거움의 전부는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에피소드의 이음새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영화의 크고 작은 복선들과 결합해 마치 시종일관 뒤통수를 맞는 듯 시원한 쾌감을 안긴다. 극 초반 '처사'에서 '도사'로 바뀌는 전우치의 자의식이 담긴 대사도 말투와 톤 조절을 달리하며 점층적 의미로 다가온다. 곱씹을수록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치는, 국내 영화계에 수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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