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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Feb 19. 2021

고단함 속 서로를 끌어안는, 원더풀 '미나리'

영화 '미나리' 리뷰

영화 '미나리'가 이민 생활의 고단함 속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애를 그린다. 전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받는 이 작품은 '기생충'에 이어 올해 오스카를 정조준하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18일 한국에 공개됐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을 비롯해, 윤여정, 한예리 등 최고의 배우들이 함께한 이 작품은 북미 개봉 전부터 각종 미국 영화 평론가 협회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현재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 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68관왕 153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판씨네마(주)]


◆ 자립과 현실 사이, 고단한 삶…섬세한 연기 호흡이 주는 쾌감


'미나리'는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이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가장으로서 자립하고 싶은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의 농장을 일구길 고집하고, 병아리 성감별 일을 하는 모니카(한예리)는 그가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함께하길 바란다. 아이들을 봐주기 위해 한국에서 온 어머니 순자(윤여정)는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유대감을 쌓아나간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허허벌판인 농장 한가운데, 트레일러 집에 사는 가족. 허리케인이 몰려오자 모니카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냐"면서 남편과 갈등하지만, 제이콥은 작은 꿈에 부풀었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을 비롯해 데이빗 역의 아역배우 앨런 김까지 섬세하게 주고받는 연기 호흡은 보는 이들을 한 순간에 그 장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한다. 할머니를 미워하지만 또 사랑하게 되는 데이빗은 절로 관객들의 애정을 독차지한다.            

[사진=판씨네마(주)]

특히 현재 북미 영화 평론가 협회를 비롯해 각종 연기상을 23개나 수집한 윤여정이 맡은 순자는 찡하다가도, 멋있다가도, 애처롭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한국의 고춧가루, 멸치, 한약 등은 타지에 자식을 둔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해 찡해진다. 심장이 약한 제이콥을 안고 달래줄 때는 강인한 면모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결국 자신의 몸이 좋지 않아 사고를 일으키고 정신을 놓은 듯한 그의 표정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윤여정은 단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속으로 모두를 데려다 놓는다.


◆ 어려움과 위기가 이어져도, 결국은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애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모니카와 제이콥의 갈등은 깊어진다. 가족 모두는 고단한 이민생활 속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모니카는 특히나 심장이 약한 데이빗 때문에 걱정이 많다. 제이콥은 뜻대로 되지 않는 작물 판매로 고통스러워한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으로 지쳐, 모니카가 머리를 감겨주자 쏟아지는 물속에 눈물을 감추는 그의 표정은 가장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사진=판씨네마(주)]

순자에게 '할머니 같지 않다' '한국 냄새가 난다'면서 버릇없게 굴던 데이빗도 할머니와 함께 성장한다. 심장이 약해 죽을까 봐 겁이 났던 데이빗에게 힘이 돼준 할머니 순자는 마치 병을 옮아간 듯 상태가 나빠진다. 몸이 아픈 할머니가 다시 낯설어진 것도 잠시, 마지막엔 아픈 심장을 쥐고 그를 향해 달리는 데이빗. 모니카와 제이콥, 순자와 데이빗까지, 이 가족이 서로를 끌어안는 방식은 아주 묘한 포인트이자 이 영화의 정수다. 여기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한국식 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정서가 깔려있다.


누군가가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자립하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는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순자가 심어놓은 미나리가 '원더풀'해진 것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마지막에 옹기종기 잠이 든 가족들을 바라보는 순자의 눈빛은 고군분투하는 스스로와 모두를 향한, 애정 어린 연민의 표정이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식 정서를 보편적인 가족애로 확대해 그리는 데 성공했다. 오는 3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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