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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Apr 21. 2021

기적이 되는 기다림,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리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일상 속 기적을 그린다.


강하늘, 천우희 주연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20일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2011년 12월 31일, 주인공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조진모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답답한 일상과 엇갈리는 마음속, 유일하게 숨통을 트여줬던 소중한 무언가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 특출 나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 이야기


공부머리가 없는 영호(강하늘)는 재수학원에서 삼수를 하며, 초등학교 시절 인연을 맺은 소연을 떠올린다. 주소를 수소문해 편지를 보내지만, 지병을 앓고 있는 소연 대신 동생 소희(천우희)가 대신 답장을 쓴다. 이 편지는 3년째 수험생활이란 영호의 답답한 일상 속 한 줄기 위안이 되고 소연에겐 살아갈 의지를 북돋는다. 결국 영호는 소연에게 12월 31일에 만나자고 제안을 하고, 소희는 '그날 비가 오면 만나자'라고 답한다.


강하늘은 영호 역을 맡아 꿈도, 목표도 없는 평범한 청춘을 연기했다. 셈이나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영호는 제법 감성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다. 한 글자씩 편지를 적어 보내고, 하늘에 비춰 읽는 편지를 보내는 소연의 답장을 보는 그의 표정에서 천진난만한 느낌이 묻어난다. 강하늘은 막연한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추억 한 조각, 따뜻한 말 한마디를 소중히 하는 영호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해냈다.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소희 역의 천우희 역시 대학을 가지 않은 채 엄마와 헌 책방을 꾸려가는, 남들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처지다. 몸이 아픈 언니에게 위로를 주는 영호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영호가 만든 가죽공예 강아지와 배를 보며 웃는 그의 표정은 모든 슬픔과 마음의 짐을 잊은 듯하다. 하지만 소연의 상태를 알릴 수 없는 그는, 영호에게 마지막 편지를 부치지 못한다.


◆ 한 시절을 살게 했던 유일한 위안…기다림과 기적을 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반복되는 영호의 내레이션처럼,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극 중 영호는 소연의 편지를 기다리고, 열어보며 막막한 현실 속 숨 쉴 틈을 얻었고 소연도 그랬다. 그리고 소희에게도 소소한 기쁨이자 위로가 됐다. 영화는 누구나 거쳐갈 만한 젊은 시절, 막연한 불안이 가득한 시간을 버티고 살게 해 준 소중했던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뜻대로 풀리지 않는 건 대학입시뿐만이 아니다. 감정과 마음도 보란 듯이 엇갈린다. 영호는 자신을 좋아했던 수진(강소라)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별 같다'라고 말해주고, 오로라를 선물한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유려하고 감성적인 대사, 아날로그적인 이 영화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모두를 그 시절,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그 존재에게로 데려가는 듯하다.


에필로그 장면의 그야말로 '기적 같은' 진실은, 영호의 기다림이 기적이 되고 결국은 해피엔딩을 맞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자극적인 이야기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모두의 마음에 비처럼 스며들어 위안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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