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bertiade Coree
도착하니 앞산이 방안에 덜컥 들어오는 듯한 풍경에
우리는 마치 산에 푹 둘러 쌓인듯 했다..
여름 저녁 6시 시간에 늦은 저녁느낌이 나서
문득 깊은 산중의 호젓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말이 문득 숲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리고,
산언덕에 가지런히 정돈된 포도밭풍경이 스위스의 레만호숫가의
포도밭 풍경처럼 높은 산비탈과 묘한 이국적 여행의 느낌을 더해주었다.
말들이 사라진 공간에서 턴테이블위에 가져온 음반들을 올려놓고
사방 촛대위에 꽃혀있는 초 사이로, 가져온 만병초 꽃 무늬가 있는
향초를 키고, 일정한 시간마다, 색갈을 바꿔주는 양초를 켰다.
가져온 음악과, 초의 향기와 불빛이 방안을 가득 채워 주는 듯 했다.
둘다 그가 여행 할 때마다 선물해 주었던 초 였다
특별히 주문하여 가져간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포도주 맥주 등을 정리하여
냉장고와 식탁에 올려두고, 옷을 갈아입은 그가 내려왔다.
먼저, 프리미엄 맥주 한캔을 따서 맑게 비치는 유리잔에 따라두고,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마주보던 자리를 그가 나란히 바꿔놓아
함께 앉아 산넘어로 지는 해와 너울 너울 넘어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다
2층의 산이 좀더 잘보이는 방으로 올라갔다
7시가 다 되었는데 기다리던 협연 너무 격정을 흔들어 한줄 한줄
음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바이올린, 나는 낮은 첼로의 듀오로
먼저 그가 달콤하나 자극적인 음색이 귓가를 핥고 지나갔다
아래서 받쳐 올리듯 첼로의 저음부로부터 소리를 끌어내어 화답했다
그는 다시 깊은 진동과 강한 음색으로 첼로의 깊은 음에 묻혀 들어왔다
마치 바이올린의 강한 소리가 첼로의 악기 전체흘 흩어 진동하듯 높은 소리가
낮의 악기의 몸을 더듬고 지나갔다.
첼로의 낮고 부드러운 그러나 더 육감적인 소리가 바이올린과 하나되며
뜨겁게 엉켜 들어갔다. 함께 격정의 이중주를 한다,
이젠 두개의 음이 따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몸이 되어
함께 격랑의 파도를 타듯 강한 진폭을 담아내며 변주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강한 프레스토에서, 피아니 시시모의 음색으로, 그러다 잠시 침묵하듯 낮게
숨을 고르며 변주는 계속되었다,
두 음색이 마치 한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연인처럼 격정의 사랑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 높의 파고에 부딪쳐 부서지듯 솟아 올랐다 툭 깊은 심연의 바다로 떨어져 내린다
바이올린의 현이 끊어질듯 팽팽히 솟구치다, 떨어저내리고 그 뒤로 첼로의 낮은 음색이
떨어지는 듯 하더니 이내 첼로의 저음부로 대지에 음을 눕히고, 그위로
바이올린이 팽팽한 현을 풀어내리며 마지막 입맞춤을 하듯 내려 앉으며
조응을 한다.
방안에 팽팽했던 음들이 함께 내려와 몸을 눕힌다.
2시간 남짓이 지난듯 했다
연주를 마친 K 와 R의 온몸이 비에 젖은듯 흥건했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오히려 서늘하게 보여지는 듯 했다
뜨거운 몸을 찬물이 식히고, 잠시 방안에 들어올듯한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방금 마친 연주의 여운을 함께 음미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허기가 졌다,
함께 내려와 아까 특별 주문한 스테이크를 꺼내고, 가져온 몇가지 음식들
샐러드, 과일, 감자, 토마토, 옥수수, 오이지, 김치, 새우등을 몽땅 꺼내놓고
다 먹어 치울듯 준비를 했다, 다 요리를 마치니 열시가 다 되었다
스페인산 와인은 훌륭한 바디감과 향기로 둘의 시간을 축복해 주었다
스테이크는 후추와 소금 한가지 만으로도 최고급 요리가 되었다
이어 가져온 음반들을 하나 하나 들어보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굴다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반젤리스 , 해리베라폰테, 돈 맥글린, 빌리조엘 , 브라더스 포
다시 콰르텟 이탈리아노의 음반들,
몇개의 팝송을 틀어놓고, 저녁 소화를 위한 춤으로 몸풀이를 했다
처음엔 간단한 리듬댄스, 잠시후 라인댄스, 그리고 대충 왈츠와 비슷한
커플 춤, 그러다 가장 좋아하는 막춤으로 끝을 맺었다
음악으로 채워 가기로 한 저녁 시간이 바람처럼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다시, 에너지를 채운 후 , 이번엔 좀더 강하고 힘있는 곡으로 이중주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포르테 프레스토로 강하고 빠르게 진행했다, 너무 빨랐던지, 진행 도중에
현이 끊어졌다. 호흡을 가다듬고 현을 교체하는 작업후에 다음날을 예정하고
잠자리를 청했다.
여름밤의 뜨거움을 삭힐 수 없어, 찬물로 수차례 샤워를 마친후 산넘어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알람이 진동을 한다, 일어나려다, 어제 저녁의 강한 연주로 에너지가 소진되어
잠시 다시 잠이 들었다.
7시 알람을 맞추고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알람이 고함을 쳐 대며 둘을 깨웠다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둘의 이중주는 시간이 더할수록 맛이 깊어지고 서로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앉았다
특히 바이올린의 음색과 변주는 성숙함과 화려함과 갚아룰 더하며 첼로를 리드해 들어갔다
ㅂ이번엔 베토벤의 후기 실내악곡을 이중주로 편곡하여 더 깊게 깊게 이중주를 해 나간다
인생의 철학과, 삶의 경험과 아름다움이 깊이 성숙하여 빚어내는 조화의 소리는
둘의 마음에 조각을 새기듯 각인되며 악장을 하나 둘 풀어헤쳐 나갔다.
빠르게, 강한 포르테 프레스토에서, 이번에 아다지오 돌체로, 이어 라스트는 다시 포르테 트리풀
그리고, 다시 피아니 시시모와 돌체로 칸타빌레 처럼 잦아든다 .
다시 온통 열기에 젖어 들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오르고 내려오며 무너진다.
이보다 더 완벽한 조화를 찾을 수 있을까 싶다
황홀하다, 감동이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었다
완벽한 합일의 연주를 마친 둘은 다시 주방으로 내려와
소고기 감자 스프로 약식 이지만, 영양 높은 아침식사를 했다
등심을 들기름에 볶다, 양송이 스프와, 양송이 버섯에 삶은 감자를 으깨어 넣은 스프는
마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먹는 특별식 처럼 맛있었다,
그가 구해온 노지 토마토를 버터에 후라이드하고, 샐러드에 오리엔탈 드레싱을 넣은 후
소고기 감자 스프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스프가 그토록 맛있을 줄 몰랐다
음악의 조화 만큼 음식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마치 운우의 정을 나누는 듯 했다
연주는 연주대로, 음식은 음식대로, 풍경은 풍경대로, 공간을 공간대로 최상의 맛과 아름다움과 교감을 이루는
그런 멋진 시간이었다, 시간을 줄이고 싶진 않았고, 절대로 그렇게 끝낼 수도 없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여 아침을 마친후 밀크티와 커피를 내려 마친후 솔뫼마을을 출발했다
마치 누군가에 품안에 쏙 들어와 아무 간섭도 받지 않을것 같았던 그 공간,
그 자연, 그리고 풍경, 음악, 음식으로 뜨거운 여름낭만을 잠재우며
우리는 속환을 했다.
그래 꿈의 공간이 있으면 현실 세계도 있는법
그렇게 2020의 여름이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