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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Apr 01. 2024

장미와 작약과 자작의 바람을 기다리며

그리운 이는 음악과 정원의 바람과 함께  다가 오는가 

정원에 막 싹을 틔우는 장미가지와 작약 뿌리에 물을 주며  

강가 바람에 기우는 포프라 나무와  붉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브레이크 등을 붉게 밟고

다시 떠나는 차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리운 이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6시 레디오의 음색은 지는 해를 닮아 아련한 매직의 아스라한 색감입니다. 

몇해전 세상을 떠난 노바 스코티아 이야기를 해주던 포루투칼 추억속의 그분과 

2십 몇년의 세월을 떠나 지내 면서도 여전히 그 30대 초의 '니벨룽겐의 반지'의 에서  

한 사람과 나눈,  영국 윈저 캐슬 가든의 백조의 아침 같은  추억들 ', 모두 저무는 강가의 음악속 붉은 해처럼 

브레이크 등 처럼 가라앉기도 하고, 멈춰 서기도 합니다. 

미전 보고, 그때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그려주네요. "니벨룽겐의 반지" 속 

그 사 사람하구요. 

문득 그 여름, 그  가을이 훅 다가옵니다 

작약에 물을 주거나, 장미에 물을 주는 것도 그러합니다. 

이 꽃들은 제 추억속에서 더욱 아스라히 몽환적이기도 혹은 매혹적이기도 합니다. 

올해 그렇게 작년처럼 아름다울지, 아님, 빈 추억속에 더 애닯고 

현실은 그에 이르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추억을 가다듬듯 

어린 새순에 물을 주고, 영양제를 주며 기다립니다. 

정작은 그 기다림이 이토록 꽉찬 그리움이니까요. 

정원을 가꾸면 그래요 

하루 쯤은 떠나 보내는 쓸쓸함과 아쉬움에 맘 아플 수도 있지만 사실   

그 녀가 떠난 후로 내내 오랜 그리움의 기다림으로 

외로움을 가져 간답니다. 

꽃이 진 자리에 영그는 열매를 바라보고, 

열매가 만드는 씨앗을 바라보며 절정의 꽃을 그리워하고,

그리고 겨울이 되어 줄기를 말리며 땅으로 눕는 아이들을 보며 

땅 밑으로 새순을 모으는 뿌리를 그리고 상상하며  눈이 오길 기다리고 그도 오지 않으면 

따듯한 날을 기다려 마른 땅에 물을 주고, 다시 3월 삐죽 내어놓은 새순을 조금 더 흙으로 덮어주고 

이제 4월이 되어 맘놓고 올라 오라고 듬뿍 듬뿍 물을 주고 영양제를 줍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4월은 5월의 절정을 기다려 무척 설레는 달입니다.  이어 곧 만나겠지요 우리는 

그러나 이시간이 좀 천천히 왔으면 합니다. 

  

.이리도  아름다운 그녀들이 겨우 5일 혹은 하루만 보내고 가는 시간을 그토록 빨리 보고,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 꽃들처럼 아름답던 내 그 사람은 지금 이세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 처럼, 다음 해 봄이 와도 돌아 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이라, 다른 이 들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세상엔 그런게 있어요 대체되지 않는 사람, 선물, 음악, 시간, 뭐 추억 그런것 

포르투칼의 추억을 만들어준 그는 주로 바다, 강, 그런 추억이 많네요 

포르투칼의 리스본, 강화도 노을 지는 바다, 워싱턴 포토맥 강, 한강의 노들 강변 

멋을 알고, 클래식 기타를 갖고 놀고, 노래를 잘하던 좋아하는 음악CD를 따로 제작해 주던 

아직도 생생한 그사람의 미소...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새벽 윈저 가든을 준비해서, 백조가 노니는 아침 안개와 정원을 열어주고

노을이 길게 눕는 강가에서 하염없이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고

그리고, 브람스의 String Sixtet 1악장과 2악장 사이의 침묵을 위해 

숨을 멈추고 창밖의 포프라 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2악장의 느린 애무가 끝난 후에야 나의 이름을 부르고, 눈길을 맞추며 

기쁨과 아쉬움의 미소를 입가에 띠던 그런 사람 

다크 블루의 수트에, 초록색 타이로 끓어 오르는 열정을 감춰 두었던 

신사 중에 신사였죠.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았던, 나의 그  특성이 만들 나의 미래를 예감했던 

내안에 또 나같은 사람이었죠

나를 만난 이전과 나를 만난 이후로 그 삶을 구분 지었던 , 

나의 La Double vie 인 사람 


밖에  남쪽 관악산 자락으로 조금 보이던 강과 저녁 노을은 이제 다 사라지고 

캄캄한 어둠이 창밖을 덮어 누르기 시작 했습니다. 

임신한 고양이 캔디가, 노트북 가죽 가방위에 앉아 까박까박 졸기 시작했어요. 

잠시 생각했어요. 얘가 혹시, "니벨룽겐의 반지"의 사람, 환생인가?


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제 PC옆, 노트북 가죽 가방 위 입니다 .

제 얼굴, 손 놀림, 표정, 음성, 눈맞춤 하기 가장 좋은 자리이지요


그녀의 아기 깨끼는 제 엄마 캔디 엉덩이 끝에 앉아 저를 노려 보네요 

질투 같기도 하고, 경계 같기도  한 저 살벌한 눈빛 ,양아치,

 

양아치와 요조숙녀, 아니 졸고있는 요조 아줌마 캔디

엄마는 순둥이 요조 숙녀인데  조 애기는 완전  양아치 같아서 맨날 저래 째리다 가곤 합니다. 

틈만나면 붓도 뜯어놓고, 그런데 사람이나, 고양이나 더 젋고 어린애가 나오니 캔디 

미모가 완전 밀립니다. 헤고. 


종일 죽어라 문서 작업하고, 조금전 밥먹고, 남쪽으로 난 손바닥 만한 정원 장미와 작약에 물을주고 

자작 새순에 고스레를 하듯 물을 뿌려대곤 새순이 나오는 잎에 물고사를 지냈습니다. 


이 도심 한 복판 아스팔트 위에 흙을 산처럼 쌓아놓고 그냥 얹어 놓았음에도 겨울을 잘 살아준 

그 가여운  나무에게, 4월 첫주 주님 부활처럼, 대주교님 부활 대 축성 해 주시듯이, 

저도 나무에게 물로 성호를 그으며 물고사를 지냅니다. 

잘 살아 주개... 행복하시개,   건강 하시개... 


그리고 내게도 기도를 합니다. 

뭐든 잘 되어 주시개, 그리고 올 4월 주님 부활하듯 우리나라 민주주의도  부활하시개 ...... 

개 딸들처럼 기도합니다. 

저녁 마지막 세음 마지막 시간,  가든 디자이너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노래가 흐릅니다 .

splendor in the grass . 

종일 긴장으로 마무리한 작업도 쉴겸 잠시 여유있게 보낸 2시간 저도 마무리 하고 다시 

전투에 돌입합니다.  아름다운 음악, 오랜 추억속의 사람, 그리고 강변의 봄, 그리고 고양이 


그리고 작약과 장미, 그리운 사람들 ... 그렇게 모두 5월의 정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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