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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
온갖 사무실 통신 데이트

'무.영.지'6화 그를 만나는 가장 빠른 시간을 꿈꾸며

by 권영랑 Garden Planting Designer

내 삶에 들어와 물줄기를 바꾼

그의 이야기는 내 남의 삶의 긴 시간동안

마치 강물이 넘쳐 땅을 적시듯, 내 시간에 흘러 적셔주곤 한다.


그날 내 삶으로 흐르는 그를 거부할 수 없던 나는, 그 노을 지는 강가에서

나의 삶과 그의 인생이 그렇게 깊게

서로의 삶을 지배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에릭사티의 짐노페디가 이 북한강가

나의 가을 정원 음악홀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날 "노을"에서 느릿하게 그와 나의 눈길이 서로의 눈과

마음을 흩어 담아내듯 천천히 슬로 비디어처럼

그날의 우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새벽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 오피스 통신을 풀가동한 데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조금 더 빨리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집전화가 없던 나는 회사 전화와 팩스로 우리의 말과 마음을 나눠야 했다.

밤이 지나는 시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기차를 타도 7시 도착이었다.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새벽 불어 수업을 듣던 스물세 살 이후 이런 새벽시간은

처음이었다

나는 가장 빠른 기차를 타고 새벽 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강변 덤불숲에서 날개를 터는 새벽 새들의 낮은 비상을 보며

그에게 보낼 엽서와 편지를 노트북에 쓰기도 하고,

그가 보냈을 말 들을 상상해 보곤 했다

나의 새벽출근.png

어떤 날은 새벽 팩스가 들어와 있고 오후엔 편지가 도착하기도 했다.

편지를 보내놓고 그는 그 편지가 도착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새벽 출근을 하여 다시 짧은 팩스로 그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하루 좋일 닿아 있고 싶은 그의 마음은 나의 온 시간속을 헤집고 들어와

동그란 눈망을로 내 모든 것을 담아 내고 싶어했다.


나는 아무도 출근하기 전에 먼저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

가장 먼저 팩스 수신기를 점검하여 그의 팩스편지를 가슴에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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