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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4바퀴+ 매의 두 눈

아버지의 바다에서 우리들의 바다로-선재도 기행

11월의 찬 바람이

아직 주춤대며 문을 열고 들어서지 못한다


주말이 "금" "금"으로 넘어가던 어느 아침

카메라와 책보따리를 바리바리 브롬톤에 걸고 전철을 타고

강화도로 향하던 내게

문득 전화가 왔다.


어디세요.

전철안이예요.

선재도에 갈건데 아주 이쁜 섬이고

음식이 아주 맛있는 곳이예요

오늘 아이브런치 하는 날인데

남궁박사가 거기서 종일 있는다고 합니다

지금 차가지고 갈건데 전철 내려서

다시 내려오세요


문득 머리 속에서 무슨 말라르메의 인상주의 시가 한편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선재도,


이쁜섬


맛있는 해물


남궁이 종일


전철 내려


단어 하나 하나가 아련한 낭만의 이미지들을 끌며

툭 툭 눈앞에 떨어져 내렸다.


후다닥 전철을 내렸다


왔던길을 되돌려 몇차례 전화를 주고 받고

역시 브롬톤에 주렁주렁 걸린 책은 들춰 보지도 못한채

"금""금"이 토요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자뻑 보쌈이 되어서 선재도엘 갔다

바다향기로..



IMG_3375.JPG "툭 떨어진 이미지의 선재도와 남궁박사"


내 그럴 줄 알았다며 남궁이미지가 먼저 들어왔다

세상에, 그리고 도착하자 마자

우르르 반가운 얼굴들이 정말 하나 하나 풍경 처럼 나타났다간 , 금방 어디로 가고

다시 나타나곤 했다


오샘, 만석,이굠,뽀로로 오빠,그리고 이쁜 노래하는 그녀, 너털웃음으로 웃는 연미정 손님등


맛난 점심을 막 끝낸 그들은 단체 사진 찍는다고 우르르 마당으로 나가고

잠시 보쌈 맴버인 나는 후줄근 구퉁이에 앉아 막 갖다 놓은

해물찜 냄비를 보초병처럼 지키고 앉아

눈을 부라리며 처다보고 있었다


저게 언제 익나, 에고


그러나 보쌈 맴버도 사진에 끼워준다고 나오란다

가서 좀 어색하게 사진찍고 ,

그래도 우낭만 동지들 등에 없고 끼어들어 한방

IMG_3371[1].JPG 통채로 구워버린 바다

그리곤

다시 들어와 해물 철판을 지킨다.

다시 보초처럼.

자뻑 보쌈이지만 싸온 오빠는 오데가고??


에공, 빨리 익어라

드뎌 두번째 이미지 였던 맛있는 해물

한판을 차례 차례 혀로 감별한다

하나의 조개, 하나의 오징어, 하나의 게, 하나의 가리비들이

차례 차례 바다를 품고 내게로 들어온다 .



그리고 드뎌 나타난 우낭만의 낭만 회장니 ~임

센스있게 낭만 생맥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생맥주란다

하나 둘 오그라 드는 바다가 줄어들 수록,

생맥주 잔이 하나 둘 늘어나고


와글와글 우낭만돌이들은 경운기 자가용 타고 바다로 가버렸다

IMG_3397.JPG

바다는 잠시,

빈틈 없이 꽉찬 물을 헐렁하게 빼내어

자기의 뱃살 위에 사람들을 들여 앉혔다.


깔깔대며 바다의 뱃살을 타는 이들을 아랑곳 않고

우리는, 뱃속에 바다를 삼키고 있었다.



잠시 몇몇의 젊은 연주자들이 들락날락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며 공연공간을 만든다


헤고, 우리도 상을 치우고, 무슨 노래 심사위원처럼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맨 앞줄에 앉았다


탁PD의 여행 수다라고, 인터넷 방송 PD와 가수, 만쥬한봉지 밴드가 노래와

일본 여행 수다를 맛있게 풀어낸다.


아, 음식처럼 이야기도 넘치면 배가 부르다


잔뜩 들어간 바다와, 이야기를 소화시키러 바다로 나갔다

자전거 두대, 4바퀴 데리고



IMG_3448.JPG "바다에 빠진 네바퀴"-남궁 명명


온갖 폼은 다잡으며 다시 물 집어넣는 바다를 달려 보았다.


아까 처음

던진 말에 낚인


선재도


허영만 만화가의 " 식객 에 "< 아버지의 바다>편으로 등장했던

그 8KM의 바다 속살 뻘밭이 펼쳐진 그 곳


풍경만이 아닌 찡한 아버지의 바다 이야기까지 마음과 눈이 모두

행복한 곳이다 .


게다가 우리는 우낭만 브롬톤 동지.

낭만으로 포장 범벅이 된 열정들이라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진격이다

잠시 물을 빼주었던 바다가 , 잠이 들려는지

뱃살위에 얹었던 사람들을 밀어내며 물을 채운다


나가


"이제 잘껴"


잠이들려나 보다


어스름 저녁이 들며 바다는 우리를 뭍으로 밀어낸다

4바퀴만 달랑 바다로 간 우리가 걱정이 되었을까,

뭍의 둑에서 갈채비를 하는 우낭만 맴버들이 매의 눈을 뜨고 우리를 보았단다 .



바다는 밀어내고

매의 눈은 날카롭고 하여 바퀴를 브롬톤을 굴려 뭍으로 나왔다

IMG_3479.JPG



띨롱 메시지 ,

" 이굠 아이 시간 때문에 우리 갑니다"

"저녁 먹고 간다드니???"


홀랑 가버렸다


아름다운 바다 보다도

맛있는 해물찜보다도

더 맛있는 우낭만 사람들이 우르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꿈을 깨듯 우리도


일상으로 향한다.


그러나,


한번 낚인 그 바다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출렁거린다

IMG_3393.JPG


그리고

또 한 사내는


그 바다의

한 순간에

그 한 시간에

그를 남겨 버렸다

류재영 교수님.jpg




글 권영랑

사진 아이폰 6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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