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stal Rock Garden

경계와 경계의 공간에 피는 꽃의 유혹

분오항-그곳,

분오항엔, 늘 바람이 분다

마니산의 암장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바람

먼먼 서해 바다를 건너오며 차가운 물 구름을 품은 짭조름한 바람

울긋불긋 화려한 여행지의 옷자락을 휘날리는 여행객들의 콧바람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붙잡는 흥바람

그리고 우뚝 솟은 암장위 5000년간의 역사속 바닷길을 지켜온 분오 돈대는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은 바람의 합창을 지휘하며 흥겹게 춤을 춘다


DSC_2116.JPG 대조기에 침수된 꽃배 - 물이 빠지며 기우뚱 기운 배가 미처 뜨지 못한채 다시 밀물에 잠겼다

대조기의 이른 새벽 만수의 물길을 밀고 들어오는 분오항엔

아슬아슬 깔깔, 암 장 위의 꽃들과 바닷속의 꽃들의 아우성으로

한바탕의 전쟁을 치른다

잿빛 갯벌 위를 점령한 몇 안 되는 초록 식물인 칠변초, 개자울, 나문재 갯국 등은

줄기의 세포 마디마디를 열고 짠물을 들이 삼키며 그동안의 허기를 채워

짙은 초록으로 탱탱 히 무장한 채 갯벌 위에 당당히 어깨를 편다


그러나, 바다와 바위 암장 마니산의 정기를 품은 산기슭의

개복숭아, 고광, 산수국, 산사 , 찔레 등은 행여 잎사귀 하나라도

물에 닿을까 까치발을 하고 뭍으로 기어오른다

그러다, 궁금하여 무심코 돌아본 몇몇 잎들은

마치 소금기둥으로 굳어 화석이 되듯 누런 잎의 화석으로 변하여 잎을 떨군다

그러나 그 와중, 새로운 세계와 터전을 마다하지 않는 몇몇 용사들은, 짠물에 발을 담가

첨벙대 보기도 하고, 이내 다시 발을 움츠려 바닷물을 막기도 하며

타협점을 찾아 나간다.

섣불리 마셨다간 심장이 바닷물에 절여 화석이 될까?

조심조심 간을 보며 제 영역을 넓히는 이들은 용사들이다.

DSC_2152.JPG 이렇게 폭삭 물에 잠기고선 다시 성성히 살아나 기수지역의 해안 정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초의 귀부인 같은 그린라이트, 모닝라이트, 핑크 뮐러, 보리사초 등은 그렇게

조용히 조용히 제 영역을 넓히려 바다를 넘보며 뿌리를 뻗는다

그러다 조금 때가 되어 바닷물의 힘겨루기가 잠잠해지면,

맘껏 뿌리를 뻗고, 줄기를 세우며 꽃을 피워 나간다.



그림 8. 게도 잡고.JPG 꽃 배에 담긴 꿈


KR Coastal Garden, 분오돈대 아래 해안 정원은 그런 곳이다.

새로운 세계의 경계에서 목숨걸고 새 삶을 펼쳐내는 식물들의 삶과 용기로 찬란한 새 생명을 키우는 곳이다

2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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