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1979) 평점: 8.5/10 평: 카산드라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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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처럼, 작중 에이리언이 "카인의 자식"이라고 불리는 점에서 과연 속편에서 "카인의 자식들"이 어떻게 다시 등장하게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작중 에이리언이 알 속에서 태어나 하나의 개채로서 성장하기에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개체라 간주할 수 있지만.
노스트모 함장 토마스 카인(Thomas Kane)을 숙주로 삼아 태어나는 점에서 "카인의 자식"(성경 상 모든 인간은 카인의 후손이다)은 하나의 부수적인 개체라 추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에이리언은 인간이 아니기에 우주선 밖으로 배출됐지만, 동시에 인간이기에 다시 리플리와 조우해야만 한다.
한편, <에이리언>에서 동료들을 향한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경고와 조언이 꾸준히 닥쳐오는 위기 속에서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 카산드라의 역할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메넬라오스가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이러 그의 침소로 향하는 길이다.
(리들리 스콧감독이 처음 스토리를 짤 때 열렬히 리플리와 선장 댈러스의 정사씬을 넣어야만 한다고 강조했고, 각본가 오배넌도 원래 엔딩에서 에이리언이 리플리를 잡아먹고 그녀의 목소리로 일지를 기록하며 지구로 향하는 것을 의도한 이유도 이러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미래를 정확히 예언함에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저주에 걸린 여인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데려와 본국(미케네)에서 동침함에 따라, 분개한 그의 아내이자 헬레네의 쌍둥이 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가멤논의 동생이자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에게 살해당하니까).
다만 지구에서의 사건이 아닌, 우주에서 발생한 일인만큼, 기존의 신화와 비극을 축자적으로 따라가지는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메넬라오스의 역할을 할 인물을 넣게되면 이야기가 꼬여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일 수도 있다)
<아가멤논>의 카산드라와 달리 리플리는 누군가의 전쟁 전리품으로 우주선에 탑승한 것도 아니며, 자신의 능력으로 3등 항해사의 직위를 보유하고 있다. 선장과의 관계를 가지지 않았기에 (리플리는) 카산드라와 달리 카르마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지도 않는다.
토마스 카인 혼자서 에이리언의 숙주가 돼 "카인의 자식"을 탄생(?)시키고, "카인의 자식"은 자웅동체라는 점 또한 기존의 신화와 비극을 축자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려는 시도인 것처럼 보였다.
물론 크로노스가 자신의 성기를 잘라내 아프로디테를 탄생시킨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엄연히 신의 영역이다. 영화는 철저히 미지의 두려움에 따른 인간의 한계와, 위기 대처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에이리언2>에서의 리플리. 그녀는 이제 모선을 향해 절규하지 않는다
또한, 지구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요소들(우리는 종종 힘에 부쳐 신을 찾을 때 아버지(father)를 찾는데, 작중에서는 리플리는 모선(mother)을 향해 부르짖는다)이 지구 밖에서는 뒤집혀진다는 점을 세심한 설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점도 재밌었다.
카산드라처럼 비극의 희생양이 되지 않은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비극과 신화가 어떻게 다시 접점을 이루게 될 것인가? 감독, 각본가, 그리고 배역들의 역량이 앞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증이 계속 피어오르던 1편이다.
에이리언2 (1986) 평점: 8.5/10 평: 2010년대 흥행과 독창성을 다잡은 최전성기의 네이버웹툰. 그래서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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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매니악하되 독창성을 지향하던 시기였다면, 2편은 기술력과 함께 가족용 영화 한 편 보는 거만 같다.
1편과 동일하게 15세 이상 관람이지만, 이전보다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많이 줄어든 것만 같다(물론 에이리언이 터져나가는 장면만 놓고 보면 2편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긴장감을 주는 장면들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1편과 달리 2편의 경우 '여기서부터 긴장하세요'라는 식으로 "삐"거리는 소리를 많이 키워놓은 채로연출해서 이전작과 같은 긴박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출처:Youtube
한편, 가족의 중요성에 포인트를 두니, 1편의 주제(as in 주체적인 여성)를 승계 및 발전시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영화 극초반에 시고니 위버의 얼굴과 함께 지구(mother nature)를 포개서 연출하는 장면은 1편의 뒤집혔던 세계(가령 신을 father라 부르지 않고 mother라 부르는 점, 외계인과 공생하는 점)가 아닌, 인간이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세계로 돌아왔음을 연출하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이러면 여성이 가지고 있는 집 밖에서의 삶(우주)과, 집 안에서의 삶(지구) 사이의 모습을 연출할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개인적으로는 에이리언이 어떻게 다시 지구로 돌아올지가 궁금했는데, 다시 나가는 걸로 퉁치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이 든다. 지구와 우주 사이의 시간흐름의 차이로 딸을 소홀하게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다시 한번 리플리의 여정을 결심할 계기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플리가 퀸 에일리언과 싸우는 장면은 꽤나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가득한 부분인 듯하다. 둘 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에이리언과의 조우, 리플리의 화염방사) 자신의 아이를 잃는 경험을 겪게 된다. 동시에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채 전투에 임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퀸 에일리언이 또 하나의 리플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진정한 영화의 엔딩은 둘이 함께 개찰구로 나가는 거지 않았을까? 물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가 하나의 문화코드였던 1980,90년대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리플리(?)와도 같던 퀸 에일리언을 홀로 떠나보낸 리플리. 과연 그녀의 다음 향방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함께 우주선에 타고 나온 수양딸(뉴트)의 새로운 역할이 부여될까? 이미 2편으로 실질적인 서사가 종결됐고, 거의 모든 걸(세계관이든 주인공의 역할이든) 인수분해 해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풀어나갈지가 심히 궁금하다. (에이리언이 침공해오지 않는 이상 어렵지 않을까?)
사담이지만 연출을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기술력이뒷받침돼서 가능한건지 아니면, 카메론이 당시에 <백투더퓨쳐>에 영감을 많이 받은 건지 1편의 타임머신 장면을 오마주(이자 차용하는) 장면들이 종종 보인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으로 장면의 다양화를 만끽할 수 있는 점은 언제나 즐거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