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방황과 자립.

방황하는 나 또한 괜찮다.

by 두연두윤

본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방황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하는 방황이라, 단어만 들으면 유쾌하기도,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현실은 꽤나 불안정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에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모든 사람이 다 겪는 일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와 거리가 먼 나지만,

해외 생활이나 방황하는 시기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 등, 제가 느끼는 것들을 가감 없이 적기 위해 화면을 켜고 키보드에 손을 올립니다.



프랑스에서 살게 된 지 어언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외국인들 속에서, 외국인으로 여겨지는 생활. 오묘하고 이상한 그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국했을 당시의 저를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고, 한결같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어린 나이에 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정작 제 꿈에 대한 확신과 해외 생활에 큰 기대는 없던.

그렇기에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어렸던 나. …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부모님 품 속에서 편히 지내왔던 제가, 프랑스라는 먼 타국에 와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서툰 언어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부족한 정보들로 해결해야 하는 행정처리들.


처음에는 은행에 찾아가 약속을 잡고, 프랑스 계좌를 여는 것, 프랑스인 집주인과 집 계약서 작성하는 것 등 사소한 것조차 무서워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해본 적이 없었는걸요.


이렇게 여러 환경 속에서 적응해 나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저는 점차 바뀌어갔습니다.

조금은 성장한 것이죠.

그렇지만, 성장했기에 맞닥뜨린 또 다른 관문은 저를 ‘이것‘에 밀어 넣었습니다.


’방황‘ 이란 당혹스러운 상황에요.




“해외에서의 삶은 멋지고 낭만 있죠.“

“한국은 살 곳이 못 되어요. 헬조선이라고 하죠. 부럽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합니다.


물론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해외 생활은 무서워요.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적응하고 살아간다는 게 쉬운가요?”

“다른 나라들은 한국에 비해 느리고 답답하죠.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심하고요!”


저는 어찌 보면 짧으면서도, 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왔기에 이 것에 대한 제 의견을 조금은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디에도 낙원은 없어요. 그렇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방황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해외 생활을 추천하죠?”

해외 생활의 고됨을 앎과 동시에 거기서 얻은 경험과 배움이 많기 때문이죠.


‘나는 단 한 번도 해외 생활을 후회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떤 나라든지 간에, 다 사람 사는 곳 아닌가? 저도 사람인지라 장소가 프랑스일 뿐, 가끔 바보 같은 짓도 하고, 이렇게 방황도 하고 있습니다.


저의 해외 생활은 이랬습니다.

어학과 꿈에 그리던 학교에서의 공부, 해외에서의 첫 취업, 외노자로서의 현실, 첫 퇴사, 여러 체류증 문제, 그리고 방황.


단어로 나열하니 굉장히 다양한 걸 3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했단 것이 느껴지네요.


그렇기에 방황은 저에게 전혀 달갑지 않았습니다.

내 또래들은 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뒤쳐지면 안 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방황이라니?

정말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충분한 방황은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라는걸 머리로는 너무나도 잘 알지만, 나는 외국인. 해외에서의 허락된 시간은 짧지요.

(체류증은 저와 앙숙입니다. 으르렁 왈왈.)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막연한 상황에서, 저는 최대한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저의 방황의 시작은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던 해외에서의 첫 취업은 여러 기대들을 불러일으켰고 설렘으로 가득찼었지만, 점차 실망으로 물들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신분 변경(노동 체류증) 문제가 저를 점점 지치게 했습니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초창기의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느 순간부터 체류증 해결만이 나의 목적이 되어버린 생활을 이어오다 회사의 무관심과 디렉터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결국 그 조차 해결되지 않았고, 남은 체류기간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태로 하게 된 나의 첫 퇴사.


추억은 많지만 배운 점보다 상처가 많았던 첫 직장.(다시는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에요…ㅎㅎ)

그곳에서 일한 것을 후회하지만 만났던 인연들은 소중했던 그 시간을.

이제는 나의 과거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시간을 결코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흔적들.


퇴사 후, 프랑스에 남기 위해 여러 해결방안을 모색하였지만 방법이 보이지 않아 좌절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저축해 놨던 돈을 소비하고, 부모님에게도 손을 벌렸으니 당장의 생활비만큼은 벌고자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그것조차 체류증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고, 변호사를 만나가며 결국에는 프랑스에서의 삶을 한시적으로 허락받은 것이 제 현 상황입니다.


그렇게 저를 괴롭혀오던 체류증이 한시적이지만 해결이 되었으니 기뻐해야 할 차례겠죠!


그런데 저는 정작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했을 무렵의 열정이 넘치던 나는 사라진 지 오래고, 그것에서 오는 자괴감, 괴리감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제게 남은 건 체류증 해결을 위해 준비해 놓은(좋게 말하면 그렇고,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벌려 놓은’이죠.) 여러 학교 지원서들이었고요. 저와 함께 불안감을 떠안아 오셨던 부모님은 프랑스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제게 다시 한번 취업을 권하셨고,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 건데? 공부? 취업?‘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은 ‘공부도 취업도 다 하고 싶다.’였습니다.


체류증의 특성도 그렇고, 제게 주어진 시간도 그렇고. 파리의 비싼 물가와 미쳐버린 월세를 감당하려면 취업을 하는 것이 옳았으며, 경제적 여유에서 오는 기회와 자유를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신분 변경이 잘 해결된다면, 학생신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경력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단 것 또한 알고 있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직장에서 일하면서 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더 많은 지식과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제가 모르는 수많은 지식이 있단 걸 알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결론적으로, 공부가 하고 싶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것을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어요. 체류증으로 고생했던 시기가 있기에 저는 체류증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 지겹다 못해 진절머리가 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고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으며, 학생 신분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매번 체류증을 연장을 해야 하고 언젠가는 다시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지금 바로 취업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여러분의 생각을 추측해 볼까요?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싶을 거예요. 하하, 실제로 저도 스스로에게 여러 번 그 질문을 던졌고 지금도 묻고 있거든요!


내 마음아,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 거니?


그래서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저는 방황 중입니다. 아주, 개같이, 제대로요!


방황이란,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함을 의미한다.




나의 목표가 뚜렷하지 못하니, 지금 제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더라고요.

가족과 타인의 말이 조언일까 싶어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어느새 쉽게 휩쓸려버린 팔랑귀의 저를 발견하기 일쑤였고, 더욱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들에서도 1차 서류 합격 소식과 함께 2차 시험과 면접이란 기회를 주어졌지만 방황하는 도중이었기에 제 마음과 열정을 100프로 담아 임할 수 없었던 제가 원망스러웠고,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원치 않은 방황일지라도 나에게 필요하니 온 것 아닐까- 란 생각을 하면 천대할 수도 없더라고요. 미운 정도 정이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멈춰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까?


저는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나에게 집중하자.

저는 여전히 무엇이 옳은 길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에는 정답이 없단 걸 압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가진 여유가 스스로가 백수라는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지금이니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여기고 다독이며 지금 가진 여유를 최대한 자기 계발에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올 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불안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눈물 나게도, 저는 그렇게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이 더 무섭고, 제 인생에 생길 공백이 훨씬 무서운,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단지 제게 일어난 일 중, 불필요한 일들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는 제 인생이 더욱더 건강한 순간들로 채워지길 바라기에. 긍정적으로 사고하고자 노력합니다. 말 그대로 ‘노력’입니다. 실패할 때도 무척 많죠. 범인의 노력입니다. 그렇기에 더 가치 있다고 느껴지고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제가 비교의 틀에서 벗어나긴 너무나도 어렵지만, 지금 이 순간의 방황과 노력들이 어느 순간 저를 그곳까지 데려다줄 것이라 믿으며 다시 한번 말합니다.


나는 ‘건강한’ 방황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방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방황의 방식은 다양하고, 그것을 통해서 그 사람의 삶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니까요.

좋은 면만 보여주는 sns보다 상대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첫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