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고 나서 보인 행복
최근에 신생아를 낳은 지인의 얘기를 듣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게 한결 수월해졌고, 행복감도 충만하지만 특히 출산 직후에는 나도 꽤 힘들 때가 있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고 지금은 많이 미화되어 좋은 기억만 많지만! 그 시절 힘들었던 순간들과 나름의 극복기(?)를 기록해 본다.
경력과 자기계발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나는 어제보다 더 발전하는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곧 내 존재의 증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평판도 좋았으며, 최연소로 과장승진까지 하며 인정받았다. 내가 하는 일과 동료들을 좋아했고, 일을 계속하며 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생겼고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커리어에 진심이었던 나는 1년이나 회사를 쉬어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섰고, 동시에 1년 동안 일을 하지 않으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휴직 중에 공부할 계획까지 세웠다. (물론 현실은 할 수 없었지만...)
출산과 함께 휴직이 시작됐다. 매일 똑같이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고, 트림시키고, 놀아주고, 치우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놀아주고, 치우고,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씻기고... 이런 일상이 24시간, 일주일, 이주일 계속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어느 날 우울감이 밀려왔다. 전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는 사소한 일처리에도 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메일 한 통에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는다. 육아는 내게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즉각적인 보상도 없었다. 그래서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런 나에게 힘이 되어준 친구의 말이 있었다. 친한 친구에게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과,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만 하는 것 같은 내 모습이 힘들다고 털어놓았았다. 친구는 공감과 위로를 해주며 이렇게 덧붙여 말해주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대단한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육아의 힘듦을 얘기하면 줄곧 "엄마는 원래 다 그런 거다.", "다들 그렇게 키운다.", "그래도 해야지" 등등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나는 괜히 투정만 부리는 나약한 엄마인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껴졌고 위로도 되었다. 작고 소중한 선물 같은 이 아이를 한번 잘 키워보자고 마음을 다졌다. 남편이랑 똑같이 대학을 나오고 사회생활하는데 엄마란 이유로 나만 휴직으로 커리어가 단절되는 게 억울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1년이나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와 오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마음도 훨씬 좋아졌다.
나는 모유수유를 했는데, 모유수유를 하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신생아 시절에는 새벽수유도 혼자 해야 하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목과 어깨 손목까지 아픈 것은 덤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을 바꿨다. 나만 해야 하니까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건 엄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여겨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수유자체가 어려워서 잘 몰랐지만, 수유할 때 잘 보면 아기가 열심히 낑낑대며 모유를 먹는 모습은 정말 진귀하고 사랑스럽다. 이런 마음으로 하다보니 모유수유를 돌 넘어서까지 계속했다. (여담이지만, 모유수유는 처음 신생아 때가 정말 힘들지만 일정 시기를 지나면 분유수유보다 훨씬 편하다.)
생각을 바꾸고 나서 육아가 훨씬 더 행복해졌고 아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억울함과 우울한 마음에만 계속 머물렀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감사와 행복감이 일상에 스며들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일들을 묵묵히 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도전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전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나도 함께 자란다.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분이 있다면,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보는 시도를 해보길 응원한다. 오늘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세상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멋진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