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센스, 셀레스트 헤들리
말센스라는 책을 읽고 배운 것과 실천한 것, 그것을 통해 느낀 점에 대한 짧은 회고록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바쁘다고 꼬집는다.
상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나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결부시켜서 얘기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잠겨있는 친구에게, 본인은 더 어렸을 적에 겪은 아버지의 경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친구는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싶었을 텐데 저자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음으로 인해 친구를 실망시키기만 했던 일화에 대해 소개하였다.
나 역시 이렇게 대화했던 경험을 몇 가지 떠올렸다.
예를 들면, 친구가 직장에서 힘든 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을 때, 같이 공감해 주다가도 내가 예전에 직장에서 힘들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 이야기(가 아닌 어필)했던 것이 떠올랐다. (미안하다 친구야...)
아빠가 어깨가 아프다고 하셨을 때 "아이고 아파서 어떡해요..."라는 공감의 말과 온도는 10초도 유지되지 않고, 내가 예전에 크게 아팠을 때 겪었던 더 큰 고통과 그것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나만의 대처법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도 있다. (아빠 죄송합니다...)
사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가 의도와는 다르게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슬프고 힘들 때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것에 덧붙여, '그들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경험을 나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인정해 달라는 식의 대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반성하였다.
나보다 조금 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한 친구가 있다. 예전에 친구가 회사 업무 관련하여 자격증을 땄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잘했다고 칭찬을 함과 동시에 나 역시 과거에 열심히 공부해서 그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친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퇴근 후에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자격증을 딴 것에 대해 말하고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이 대화에서 주인공은 내 친구인데.. 나는 나의 자격증 취득 이야기를 하며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를 주인공으로 절대로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나갔다. 그리고 친구와 대화하면서 오롯이 그 친구의 경험에 대해서 경청하고 공감하였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친구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신이 났으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친구의 즐거움은 나에게 전달되고 나 역시 그 친구와 함께 하는 대화가 정말 재미있었다.
친구와 헤어지며 카톡을 주고받았는데 친구가 ‘나 오늘 말 되게 많이 한 거 같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조만간 또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대화에서 나를 주인공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의 힘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대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