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대신 두쫀마,반박자 느린 유행체감법

by 연두

"엄마, 두쫀쿠 들어봤어?"


둘째가 말한다. 둘째는 줄임말이나 MZ가 쓰는 말을 대뜸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왠지 정답을 맞혀서 MZ세대를 잘 알고 있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짱구를 굴려본다. 두쫀쿠? 줄임말 같은데 뭘까. 굴려봐야 알 수 없는 그들의 언어 세계를 맞출 턱이 없다.


"그게 뭔데?"

"두바이 쫀득 쿠키야. 요즘 엄청 유행이야. 사람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서 사 먹는데."


이 대화를 하고 나서부터인가 두쫀쿠가 자꾸 귀에 들어온다. 지인의 아들이 아르바이트 매장에서 사장님이 근처 쿠키 가게에서 두쫀쿠를 지금 살 수 있으니 빨리 가보라는 말에 5천 원 넘는 두쫀쿠를 식구 수 대로 4개나 사 왔더라는 얘기, 하루 아르바이트 비의 반 가격인 쿠키를 먹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지인의 말에 웃어넘겼지만 궁금하긴 했다.


조선시대의 명문가 유한준의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


두쫀쿠 이름만 알게 된 것뿐인데 벌써 사랑하게 된 건가. 점점 궁금해지니 먹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뭔지. 유행에 그리 민감한 타입도 아닌데 어느덧 '두쫀쿠를 어디 가면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게를 열자마자 없어진다니 먹어 볼 길이 없다.


줄 서기 열정은 없지만 호기심은 있는 사람의 유행을 대하는 자세가 있다. 첫 번째 열기가 한 꺼풀 꺾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몇 년 전 허니버터칩이 유행할 때도 그랬다. 한 개도 보이지 않던 허니버터칩이 시간이 지나자 언젠가부터 마트의 진열대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대체품을 찾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성비 면에서도 훌륭하고 심리적 충족감까지 들게 한다. 지난주 가족들끼리 저녁 식사를 하고 들어오던 길이었다. 남편은 두쫀쿠를 먹어보자고 했다. 아침이면 동이 난다는데 그 시간에 두쫀쿠가 있을 리 만무했다. 누군가 편의점 두쫀쿠도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몇 군데 편의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편의점에 들어가니 두쫀쿠는 없고, 두쫀쿠와 비슷한 두바이 쫀득 마카롱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아류인 미니 케이크 한 개 있었다. 하나씩 남은 마카롱과 미니 케이크를 샀다. 두 바이 쫀득 쿠키는 아니지만 마카롱과 케이크를 두 손에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우리는 마카롱을 빵칼을 사용해서 정확하게 4등분 했다. 4명이 한 조각씩 먹으면서 '음, 두쫀쿠가 이것과 비슷하다는 거지' 하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음 그러니까...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의 조화인 거네. 두쫀쿠의 맛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이크를 먹을 차례다. 떠먹는 케이크라 한 스푼씩 떠먹고 이번에도 감탄사를 내뱉는다. 두쫀쿠와 유사한 '두쫀마'와 '두쫀케'를 먹고 나니 호기심이 한 풀 꺾였다. 먹기 전에는 어떤 맛이길래 도대체 뭐길래 싶었는데 궁금증이 해결되고 나니 다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유행에서 반 박자 느린 걸음으로 지갑도 지킬 수 있었고, 기다리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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