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도전기2

by 연두

지난 일요일에 하원선생님 면접을 보고 하루가 지났다. 그날 본 아이의 동글동글한 얼굴과 눈썹 위로 올라간 일자머리가 아른하다. 아이의 함박웃음이 자꾸만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시터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아이를 보고 있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오전에 집안일과 개인일정을 소화하고 오후는 무조건 비워 놓아야겠다는 두 갈래길이 생겼다.


늦은 저녁에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문자는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원하신 분 중에 같은 동에 사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이 하시게 되었다는, 좋은 가정을 만나시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예의 바름이 묻어 있지만 당신은 떨어졌다는 통보였다. 고스펙, 고사양은 근거리라는 강적에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거리는 아이 돌봄에서 자격증이나 수료보다 강력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큰 마음을 먹고 면접을 준비했던 터라 힘이 빠졌다.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하겠어하다가 어느새 당근 앱을 뒤적거리고 있다. 요즘 주변에 일을 해 보려는 지인들이 있어서 더 뚫어지게 봤다. 어떤 구인글은 ooo이 딱이네, 이건 @@@에게 보내줘야지라며 자동으로 그들의 이름을 떠 올린다. 잘 맞을 것 같은 구인모집을 링크로 보내줬다.


구인게시판을 촘촘히 살피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제 지원서를 낸 어린이집이다. 핸드폰 너머로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지원서 잘 받았고요. 혹시 장기 미종사자보수교육을 받으셨을까요? “라고 물었다. “미종사자보수교육? 그게 뭘까요?” ”아, 근무하신 지 오래되었으면 중간에 보수교육을 이수하셔야 해요. 이수가 안되어 있으면 일하기 어려워요. 지금이라도 이수하셔야 다른 기관에도 일하실 수가 있어요 “라고 하셨다.


아, 아이들 돌보는 일도 쉽지 않구나. 보육기간에 오랫동안 종사하지 않으면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전화가 온 곳은 직장어린이집이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곳이라 조건이 좋은 곳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어떻게 안될까요? 일하면서 교육을 받으면 어떨까요? ”애원하듯 매달려 봤다. 질척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왜 아니겠나. 어린이집은 제일 어린아이들을 교육하는 기관 아닌가. 자격증이 있고, 관련학과를 나왔다고 해도, 그 시대에 맞는 교육 방침과 실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상기해야 할 정보가 있을 것 아닌가. 그걸 무시하고 일하겠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보수교육이 이수되지 않은 자격미달의 교사를 채용하지 않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기관에 맡겨도 된다는 얘기다. 나와 같은 사람은 걸렸으니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밝다. 불행 중 다행이다.


부리나케 보수교육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알아봤다. 원한다고 바로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년 치 커리큘럼이 있었다. 정해진 날짜에 신청을 하고 일정기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했다. 2월에는 이미 교육이 끝나고, 3월 말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3월 2일 9시에 신청을 받기 시작하는데 마감이 빨리 되어서 시간 맞춰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3월 2일 보수교육신창을 다이어리에 저장했다.


그리곤 다시 구인글을 살폈다. 갈만한 곳은 거리가 멀고, 거리가 가까우면 근무시간이 짧아서 수입이 적다는 무한 루프에 빠졌다. 그리고 시급이나 조건이 괜찮은 경우는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에 이미 지원자가 몇십 명이다. 보는 눈은 똑같나 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어린이 보는 일이고, 아이 돌봄은 골라서 갈 줄 알았는데 만만의 콩떡이었다. 재취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제는 업종의 범위를 넓혀서 다시 도전 중이다. 재취업하는 그날의 태양이 떠오르길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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